중국산 저가 갈치 수입 알면서도 거래 은행에 사기 피해 주장
수입신용장 허점 노려 은행 돈 7억 꿀꺽…업자 2명 구속 송치
수입 신용장 제도 허점을 노려 국내 은행 돈 7억4천만원을 중국으로 빼돌린 업자 2명이 세관에 적발됐다.

부산본부세관은 대외무역법 위반 등 혐의로 부산 수산물 수입업체 대표 김모(43) 씨와 중국 현지 수산물 수출업자인 한국인 양모(59) 씨를 구속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김 씨는 2018년 9월부터 두 달 간 4차례에 걸쳐 양 씨로부터 7억4천만원 상당 품질 좋은 갈치를 수입한다는 내용의 수입 물품 서류를 국내 한 은행에 제출해 수입신용장을 개설한 뒤 갈치 인수를 거부하는 수법으로 은행에 피해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세관 조사 결과 김 씨는 경영악화로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하자 양 씨와 짜고 은행 돈을 빼돌리기로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가 수입을 요청하면 양 씨는 사료용으로나 사용할만한 질 낮은 냉동 갈치를 박스에 채운 뒤 그 윗단에만 품질 좋은 갈치를 얹어 포장한 뒤 한국으로 수출했다.

이런 갈치를 받은 김 씨는 미리 짠 각본대로 양 씨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갈치 인수를 거부했다.

수입신용장 허점 노려 은행 돈 7억 꿀꺽…업자 2명 구속 송치
김 씨는 거래 은행에 사기 피해를 주장하려고 양 씨에게 갈치 품질에 항의하는 거짓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자료도 제출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은행 측은 울며 겨자 먹기로 갈치 대금 7억4천만원을 양 씨에게 대신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

수입신용장 제도는 거래 은행이 수입자를 대신해 수출자에게 수입대금 지급을 보증하기 때문이다.

세관에 따르면 '수입 신용장 추상성의 원칙'에 따라 수입 물품 서류만 제대로 갖춰지면 은행이 수입대금을 대신 결제해줄 수밖에 없다.

은행 측은 이번 일을 수상하게 여겼으나 관련 내용을 입증하지 못하자 세관에 수사를 요청했다.

세관은 중국으로 간 은행 돈의 사용처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피해금 절반이 환치기 수법으로 국내로 송금돼 자금세탁까지 이뤄진 사실도 밝혀냈다.

두 사람은 은행 돈의 구체적인 사용 출처를 증명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관 관계자는 "무역 제도의 허점을 교묘히 파고들어 국내 은행 돈을 해외로 빼돌리고 자금세탁까지 한 무역 전문가들의 범죄"라며 유사 피해를 본 은행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