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등 세계 증시가 활황을 보이는 데 반해 가상화폐 시장은 내리막을 걷고 있다. 가상화폐의 대장 격인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한 달간 3000달러(약 352만원) 이상 떨어졌다. 중국 통화당국이 가상화폐 규제 강화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미국 가상화폐 전문매체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25일(현지시간) 6558.14달러(약 771만원)까지 떨어졌다. 올 5월 이후 6개월 만의 최저치였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1만달러(약 1176만원)를 오가는 수준이었으나 한 달 만에 35% 가까이 떨어졌다. 이날 장 후반에는 가격이 다소 회복해 26일 오후 5시(한국시간) 7250달러 수준까지 반등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가상화폐 단속 강화를 시사한 것이 비트코인 가격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 22일 홈페이지에 ‘가상화폐 거래 단속 강화’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인민은행은 이 글에서 “최근 몇 년간 가상화폐 관련 활동이 많아지고 투기가 성행해 가격 변동성이 커지는 등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며 “이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상화폐거래소에 대한 집중 단속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증권전문지 중국증권보에 따르면 인민은행의 가상화폐거래소 단속 범위에는 중국 밖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 자본 기반 가상화폐거래소까지 포함될 예정이다. 이후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의 금융당국은 일제히 공고를 내고 가상화폐 집중 단속에 들어갔다.

최근 들어 중국 정부 말 한마디에 비트코인 시세가 오르락내리락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가상화폐의 토대인 블록체인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했다. 당시 7400달러 선에 머물던 비트코인 가격은 시 주석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40% 이상 급등한 1만76달러(약 1184만원)까지 뛰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가상화폐가 기존 금융질서를 뒤흔들 가능성이 있다며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를 강력하게 금지해왔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에는 큰 관심을 두고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인민은행 산하에 블록체인 연구소를 세우기도 했다.

CNBC는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하락세이긴 하지만 연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두 배 정도 오른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6월 페이스북이 자체 가상화폐인 ‘리브라’ 출시 계획을 밝힌 뒤 한동안 상승 흐름을 타기도 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