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한 남편 노규태 역…"화면 나오지 않는 디테일까지 신경"
'동백꽃' 오정세 "'하찮큐티' 별명 감사합니다"
'하찮큐티' '찌질큐티' 별명을 가진 KBS 2TV '동백꽃 필 무렵'의 노규태는 미워할 수 없는 마성의 인물이다.

인정에 목말라 서비스 안주 땅콩 한 접시에 유치하게 굴고, 집주인이라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동백(공효진 분)에게 치근덕거리지만, 그의 그런 추태는 무해하며 때론 귀엽기까지 하다.

7년 전 영화 '남자사용설명서'에서 지질한 남자 연기를 제대로 보여줬던 배우 오정세(42)는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프레인TPC 사무실에서 진행된 라운드인터뷰에서 "애정 어린 '하찮큐티'란 별명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도 '동백꽃 필 무렵' 찍으면서 위로받고, 대본 읽으면서 눈물 흘리고, 완성본 보고 또 한 번 위로받고 그랬던 것 같아요.

만든 사람이면서 시청자였고, 응원을 주는 사람이면서 응원을 받는 사람이었어요.

흔치 않은 일이죠."
'동백꽃' 오정세 "'하찮큐티' 별명 감사합니다"
오정세는 임상춘 작가의 대본을 "마법처럼 완벽한 대본"이라고 표현했다.

"1차 목표는 내가 읽었을 때 느낀 감동과 재미를 그대로 전하는 거였어요.

더도 덜도 안 하고 대본 그대로만 구현하면 성공한 작품이지 않을까 했죠. 쓰여 있는 대본을 제 목소리로 연기를 하니 어떤 신은 밋밋해지기도 하고, 조금 더 넣자니 과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 중간을 찾기가 어려웠던 것 같아요.

대본대로 갔던 게 95%라면 나머지 5%는 현장에서 떠오르는 저의 것들을 했어요.

"
그는 "대본이 초반부밖에 나오지 않았을 때 임상춘 작가님이 규태도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줬다"면서 "자칫 불편할 수도 있는 규태란 친구를 어떻게 불편하지 않게 끌고 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동백꽃' 오정세 "'하찮큐티' 별명 감사합니다"
그가 찾은 접근법은 '디테일 쌓기'였다.

그는 화면에 잡히지 않는 소품과 의상에도 깨알 같은 디테일을 챙겼다.

규태의 못난 행동은 외로움에서 온다고 생각해 외로움에 관한 책들을 규태의 방에 배치했다.

허둥지둥 칠칠하지 못한 규태의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선 벨트를 한 칸 비운 채 착용하기도 하고, 흰색 바지 안에 원색의 속옷을 입기도 했다.

차기 군수를 꿈꾸는 허세 가득한 규태라면 시계도 아무거나 차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중고거래사이트에서 대통령 경호실 글자가 박힌 시계를 구했다.

"규태의 비어있는 정서들을 찾으려고 했어요.

풀샷에서 보면 0.01초에 지나가더라도 그런 것들이 쌓여 규태를 잡아가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남자들이 정장 입을 때랑 민방위 옷 입을 때랑 정서가 달라지고 포즈가 달라지잖아요.

화면에 티는 안 나지만 저한텐 다른 거죠."
'동백꽃' 오정세 "'하찮큐티' 별명 감사합니다"
극 중 주인공 커플 동백-용식(강하늘) 못지않게 규태-자영 부부도 인기를 끌었다.

오정세는 함께 호흡을 맞춘 자영 역의 염혜란(43)에 대해 "10년 전 연극무대에서 참 매력 있다고 생각했던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이번에 작품으로 만나서 기대를 많이 했어요.

많이 맞춰주고 호흡도 현장에서 잘 맞았고요.

베스트 커플상이요? 받으면 좋죠. 즐겁게 봐주시는 거니까.

상을 받든 안 받든 기쁜 마음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
무수히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대중에게 그는 2012년 개봉한 영화 '남자사용설명서'의 한류스타 이승재 역으로 친숙하다.

"한 작품, 한 작품을 저울질할 순 없지만 '남자사용설명서'의 승재도 너무 소중한 친구고 '동백꽃 필 무렵'의 규태도 너무 소중해요.

저에겐 둘 다 소중한 작품이자 두 사람인 것 같아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