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의 잇따른 비위로 몸살을 앓는 경찰이 공직기강 확립 차원에서 26일 성범죄 예방 교육을 했다.
강단에서 강사의 설명과 성범죄 예방 동영상이 흘러나오는 동안, 좌석에서는 수십 개의 휴대전화 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이날 오전 10시께 교육이 이뤄진 전북지방경찰청 대강당. 성범죄 교육에 참여하라는 방송을 듣고 온 경찰들은 뒷줄부터 차곡차곡 자리를 채웠다.
교육이 시작되고도 황량한 앞줄과는 달리, 조명이 어둡고 강단과 먼 뒷줄은 만석에 가까웠다.
교육에 나선 소은선 성 평등 정책수행행정관은 "최근 도내 한 경찰서에서 성 비위가 발생해 경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다.
언론에서도 (경찰관의 성범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강의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강의는 설명과 질문을 번갈아 하며 교육생의 참여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중간중간 영상 시청도 더해져 비교적 활발한 분위기에서 강의가 진행됐다.
좌석의 분위기는 강단과는 사뭇 달랐다.
몇몇 경찰관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메모를 하는 등 강의에 집중했지만, 뒷줄에 앉은 교육생은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보거나 메신저를 보내는 데 열중했다.
일부는 강의가 지루한 듯 두꺼운 옷 속에 얼굴을 파묻거나 고개를 의자 뒤로 젖히고 잠을 청했다.
동영상을 재생하기 위해 강당의 불을 끄자, 손에 쥔 휴대전화에서 나온 불빛들이 좌석 곳곳을 환하게 비췄다.
몇몇 직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강단에서 나오는 성범죄 예방 자료 대신 축구나 예능 프로그램, 자동차 영상 등을 감상하며 시간을 보냈다.
강의가 끝날 무렵이 되자, 직원들은 기지개를 켜거나 어깨를 돌리며 강당을 하나둘 빠져나갔다.
이날 교육은 최근 전북의 한 경찰서에서 순경이 동료와의 성관계 암시 영상을 촬영·유포해 여론의 질타를 받는 가운데 마련된 것이었다.
전문가는 교육의 참여도를 높이려면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실무적인 내용도 다룰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경찰은 남성 중심의 계급 사회인 데다가 치안 행정을 담당하기 때문에 성범죄 예방 교육의 중요성을 자칫 간과할 수 있다"며 "교육을 받는 일부는 '나는 범죄자를 잡는 사람인데 왜 이런 교육을 받아야 하느냐'며 반감을 가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최근 경찰이 성범죄를 저질러 물의를 빚는 상황에서 이러한 교육은 반복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게 옳다"며 "교육을 단순히 의무화할 게 아니라 인사 등에 반영하고 실무적인 내용을 다룬다면 경찰 조직 내에 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