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직원 수당 지급 지연시켜 2억원 넘는 손실 초래" 징계
법원 "성실의무 위반으로 보기 어려워…재량권 일탈·남용"

직원들의 수당 지급을 미뤘다 관련 소송에서 패하는 바람에 수억 원의 지연 이자까지 물게 된 청주시시설관리공단이 그 책임을 물어 당시 업무 담당자였던 임원을 해임했으나, 법원은 부당한 징계라며 해당 임원의 손을 들어줬다.

'업무처리 부실' 해임 청주시설공단 임원, 무효 소송서 승소
직원 수당을 둘러싼 청주시설관리공단 내 갈등은 2015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단 직원들은 이사장을 상대로 2012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36개월 간 지급하지 않은 10억7천여만원의 법정 수당을 달라고 소송을 내 승소했다.

그런데 공단 측은 재판이 끝난 후 13개월 치에 해당하는 4억4천800만원만 지급했다.

직원 노조 측과 나머지 23개월 치 수당은 포기한다는 구두 합의가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포기동의서 등 이를 증명할 만한 문서는 없었다.

이후 직원 노조는 2017년 12월 '공단 측이 나머지 23개월 치 수당 지급을 2년이나 미루고 있다'며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제야 공단 측은 지난해 5월 부랴부랴 나머지 6억2천여만원을 지급했고, 소송을 거쳐 지연 이자금 2억7천800여만원을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막대한 금전적 손실로 사태가 마무리되자 공단은 책임 소재를 따졌다.

그리고 지난해 5월 이사회를 열어 사건 당시 인사·노무 총괄책임자로 근무했던 A 경영본부장을 해임했다.

노조가 23개월 치 수당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동의서를 받지 않은 채 13개월 치만 지급한 A 본부장의 '업무처리 부실'로 2억원이 넘는 추가 손실(지연 이자금)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A 본부장은 억울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법정에서 "이 사건 징계 사유를 해임 처분의 근거로 삼을 수 없고, 징계 수위가 지나치게 무거워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업무처리 부실' 해임 청주시설공단 임원, 무효 소송서 승소
법원은 A 본부장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였다.

청주지법 민사13부(도형석 부장판사)는 22일 A 본부장이 공단을 상대로 낸 해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 본부장에게 내려진 해임 처분이 무효임은 물론 지난해 6월부터 복직 때까지 월 600만원 상당의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고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는 비용 지출을 줄이고자 노조와 협의를 거치는 등 적극적으로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거나 사적인 이익을 취한 사정도 없다"며 "원고의 행위가 결과적으로 지연 이자금을 발생시켰다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그가 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설령 원고의 행위가 성실의무 위반에 해당해 징계 사유가 존재한다고 가정하더라도 해임에 처하는 것은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며 "따라서 원고에 대한 해임 처분은 효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판결에 대해 공단 측은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공단 측은 이와 별도로 A 본부장을 비롯해 함께 징계를 받았던 전 공단 이사장(경고), 담당 직원(정직 3개월) 등 관련자를 상대로 지연 이자금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