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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칼국수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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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 withbg@naver.com
    [한경에세이] 칼국수 한 그릇
    뽀얀 국물에 수줍은 듯 얹어져 있는 고명 그리고 투박하게 놓인 고기 한 줌과 야들야들한 면발. 부담 없는 한 그릇으로 출출함을 달래고, 모자란다 싶을 때 밥 한 공기 말아 뚝딱하면 더없이 든든하다.

    칼국수. 고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4주기를 하루 앞둔 오늘, ‘칼국수 대통령’이라 불린 그분과 함께하던 청와대 ‘국시’ 한 그릇이 무척이나 그립다.

    YS의 문하생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총재실에서 5년, 청와대에서 5년, 10년간 지켜본 그의 정치는 그가 좋아하던 칼국수와 닮았다. 격 없이 정답고, 과함 없이 든든하며, 부담 없이 누구와도 나눌 수 있던 칼국수와 같은 정치. 그것이 YS의 정치였다.

    YS는 민주화와 보수정치의 상징이었고 개혁과 화합의 선구자였다. 1983년 군사정권 하에서 ‘5개 민주화 요구’를 내걸고 시작한 23일간의 목숨을 건 단식은 민주화의 밀알이 됐다.

    군부독재를 딛고 대한민국 최초의 문민정부를 출범시킨 YS는 하나회 척결로 공화주의를 지켜냈다. 전격적인 금융실명제 시행으로 시장경제 가치를 구현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난 지방자치의 완전한 실현으로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세웠다. 공화·시장·민주라는 보수의 기본 가치를 실현한 것이었다.

    권력자로서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하는 대통령 시대를 연 사람, 광화문 조선총독부 건물을 해체하고 청와대 앞길과 인왕산을 개방해 국민의 곁으로 다가간 사람, 자신에 대한 희화까지도 정치의 역할이라며 "YS는 못말려"라는 역대 최초 대통령 풍자 유머집에 웃음으로 화답한 사람. 바로 김 전 대통령이었다.

    YS가 서거한 지 벌써 4년이 지났다. 유난히 추웠던 그날처럼 작금의 정치현실은 매섭기만 하다. “국민을 두렵게 여겨라. 작은 소리도 크게 들어라. 국민에게 희망을 제시하라.” 그분의 유지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되돌아본다.

    필담으로 남긴 그분의 마지막 유언은 ‘통합’과 ‘화합’이다. 억압과 갈등의 시대를 대립과 승리로 쟁취해온 분이건만, 국민을 위한 마지막 메시지는 통합과 화합이었다.

    1988년 1월 1일, 상도동으로 처음 출근한 날 다짜고짜 “니 알제?”라고 하시던 말씀에 주춤거리자 “한심한 놈” 하시던 목소리가 그립다. 다시 한번 “니 알제?”라고 물으시면 “통합과 화합입니다”라고 답하고 싶다. 그럼 따뜻한 칼국수 한 그릇 내어주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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