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동선 확인해줄 수 없어…日태도 변화 설득에 최선 다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18일 저녁(현지시간) 태국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방위상과 한밤 회동한 것으로 보이는 장면이 포착되는 등 일본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장외 설득전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국방부 당국자들과 방산업체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정 장관은 방콕의 공식 회담장 밖에서 고노 방위상과 여러 차례 '지소미아 밀담'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 회담에서 요지부동이었던 고노 방위상에게 장외에서 '수출규제 철회' 등 일본의 태도 변화를 강하게 주문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이 장외에서 나눈 대화 내용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앞서 정 장관과 고노 방위상은 17일 아세안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를 계기로 방콕의 아바니 리버사이드호텔에서 열린 한일 및 한미일 국방장관회담에서 공식적으로 만났다.
이들 회담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따른 지소미아(GSOMIA·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문제 등으로 담판을 벌였으나, 양국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이견을 좁히지는 못했다.
정 장관과 고노 방위상의 첫 밀담은 한일 및 한미일 회담 다음 날인 18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 대표들이 참석한 ADMM-Plus 종료 만찬 행사장에서 대화를 나눈 장면이 포착된 것. 정 장관이 고노 방위상을 불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만찬 행사 직전 각국 대표들과의 기념사진 촬영 때는 한마디 말도 없이 각자의 위치에 서서 사진만 찍었다.
이어 양 장관이 18일 밤 방콕 시내 모처에서 은밀히 양자 회동한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도 포착됐다.
고노 방위상이 ADMM-Plus 만찬 행사가 끝나자마자 승용차를 타고 호텔을 빠져나갔고, 곧바로 정 장관이 탑승한 승용차도 그 뒤를 따랐다는 후문이다.
두 사람이 만찬 행사장서 나눈 밀담을 통해 별도의 장소를 정해 좀 더 이야기를 해보자고 한 뒤 '007 작전'처럼 호텔을 벗어났을 가능성이 유력해 보인다.
아울러 정 장관과 고노 방위상은 방콕의 '임팩트 레이크사이드' 공원에서 열린 '제9회 D&S(Defense & Security) 방산전시회' 장소에서도 밀담을 나눈 장면이 잡혔다.
방산전시회장에서 찍힌 사진을 보면 두 사람은 동유럽 방산업체인 'LOM PRAHA TRADE' 전시관 앞에서 통역 없이 대화를 나눴다.
한국과 일본 방산업체 전시관이 아닌 다른 곳을 택한 것은 대화 장면이 공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정 장관은 통역 없이 일본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그는 일본 항공자위대 간부학교에 두 차례나 위탁교육을 받아 군내에 드문 일본통 인사로 꼽힌다.
정 장관은 1994∼1995년 항공자위대 간부학교의 지휘참모과정(CSC), 2004∼2005년까지 이 간부학교의 고급과정(AWC) 교육을 각각 받았다.
이에 국방부는 정 장관의 동선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았지만, 정 장관이 이번 ADMM-Plus 기간 내내 일본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설득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