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물러난 뒤 볼리비아의 임시 대통령을 맡은 자니네 아녜스(52) 상원 부의장을 국가지도자로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14일(현지시간) "우리는 아녜스가 임시 대통령으로 확정될 때 의회 내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았고 이것이 고려돼야 할 사항임을 안다"면서 "그렇지만 선거를 통해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할 때까지 그녀가 볼리비아의 지도자로 인정될 것이란 점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법적 절차에 하자가 있긴 했지만, 볼리비아인들이 스스로 그렇게 결정한 이상 이를 존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 12일 오후 볼리비아 의회는 우파 야당 사회민주주의운동 소속 아녜스 부의장의 대통령직 승계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다수 여당 사회주의운동(MAS) 의원들이 출석하지 않아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아녜스 부의장은 여당 의원들 없이 취임을 강행했다.
곧이어 볼리비아 헌법재판소도 아녜스 부의장의 취임을 지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볼리비아에선 대통령 유고 시에 부통령, 상원의장, 하원의장 순으로 대통령 권한을 이어받게 돼 있는데 이들은 모두 모랄레스 자진 사퇴 전후로 물러났다.
랴브코프는 그러면서도 모랄레스 대통령 퇴진 과정은 '쿠데타'에 버금가는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볼리비아에서 권력 교체에 앞서 일어난 모든 일을 우리는 사실상 국가 쿠데타에 상당하는 행동으로 받아들인다"면서 "이는 일정한 세력이 자신들의 정치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적 규정을 크게 넘어서는 방법을 적용한 것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 11일 볼리비아 사태와 관련한 공보실 명의의 논평에서도 "야권에 의해 촉발된 폭력의 물결이 모랄레스 대통령의 임기 종료를 가로막은 볼리비아 사태의 극적인 전개에 대해 우려한다"고 밝힌 바 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함께 중남미 반미 좌파 국가들의 선봉장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