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모임' 예산 사유화 논란에도
경제 성과 앞세워 지지율 확보
아베 총리의 집권은 1차와 2차로 나뉜다. 2006년 1차 집권 때는 각료들의 잇따른 부정 스캔들로 366일 만에 사임했다. 그는 와신상담 끝에 2012년 말 다시 집권에 성공했다. 아베 총리는 오는 20일이면 1·2차 집권 기간을 합쳐 총 2887일간 총리로 재임해 역대 최장수 총리에 등극한다. 1910년 일본의 한국 강점 당시 총리였던 가쓰라 다로(2886일)의 기록을 넘어선다.
역대 최장수 총리라는 영광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아베 총리는 최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아베 총리가 매년 봄 주최하는 ‘벚꽃(사쿠라)을 보는 모임’을 위해 정부 예산을 사적으로 활용했다는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벚꽃을 보는 모임’은 매년 도쿄 신주쿠교엔에 주요 사회 인사들을 초청해 벚꽃을 감상하는 행사다. 문제는 아베 총리 집권 이후 참석자와 예산이 급격히 늘었을 뿐 아니라 행사 참석자 중 상당수가 아베 총리 후원회 인사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일본 정치권에선 지금 상황이 아베 총리의 1차 집권 말년과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2006년 첫 집권 이후 각료들의 잇따른 부정 스캔들과 하극상, 총선 참패에 미국 연방하원의 ‘위안부 비난 결의안’ 통과 같은 외교적 실패가 겹치자 ‘궤양성 대장염’이라는 건강 문제를 내세워 집권 366일 만에 물러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야당과 언론의 공세에도 아베 총리가 낙마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4연임으로 가나
아베 총리의 장기 집권이 가능토록 한 일등공신은 ‘경제 성과’다.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2012년 말 대비 올해 9월 말까지 일본 경제는 13% 성장했다. 이전의 사실상 ‘제로 성장’에서 벗어났다. 집권 전 4~5%대를 오가던 실업률은 올 9월 완전고용 상태라는 2.4%로 떨어졌다. 집권 이후 취업자는 250만 명 넘게 늘었다. 이 같은 성과는 2009년부터 3년간 이어진 옛 민주당 정권의 무능과 대비되면서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일본 국민이 아베 총리를 지지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아베 총리가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표방하며 줄곧 개헌론을 제기해왔고, ‘국난’이라는 강한 표현을 써가며 북한의 미사일 공격 위험성을 부추기는 등 끊임없이 외부의 적을 만들어가며 지지층을 결집해온 것도 장기 집권을 지탱한 요인으로 꼽힌다. 아베 총리는 올 들어선 대(對)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하며 한국을 ‘공공의 적’으로 삼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 여론조사에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지지율이 7%에 불과하고, 국민민주당도 1%에 머무는 등 야당의 약체화가 부각되는 점도 아베 총리 장기 집권에 힘을 싣고 있다.
야당뿐 아니라 집권 자민당에서도 뚜렷한 차세대 정치 지도자가 부상하지 않으면서 아베 총리가 사상 초유의 4연임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가시지 않고 있다.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등은 지속적으로 4연임론을 거론하고 있다. 아베 총리 본인은 “4연임 생각이 없다”고 말하지만 초장기 집권 욕심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계속 나오고 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