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립박물관은 2016년 구매해 최근 보존처리와 장황(서화를 족자·병풍·두루마리·책·첩 등의 형태로 꾸미는 장식)을 마친 '어진·예진 서경 풍경궁 봉안반차도(御眞睿眞西京豊慶宮奉安班次圖)'를 선보이는 '신수유물(新收遺物) 소개전'을 시립박물관 부산관 2층 미술실에서 내년 2월 16일까지 연다고 12일 밝혔다.
신수유물 소개전은 부산박물관이 기증받거나 사들인 유물과 보존처리가 끝난 유물 중 시민에게 공개하지 못한 유물을 새롭게 소개하는 전시회다.
이번 전시회 그림은 고종의 어진(왕의 초상화)과 당시 황태자였던 순종의 예진(왕세자의 초상화)을 경기에서 서경(지금의 평양)에 있는 풍경궁에 봉안하러 가는 행렬을 그린 반차도다.
반차도는 조선 시대 국가 의례에 참여하는 문무백관과 각종 기물 등 위치와 행사 장면을 묘사한 기록화다.
어진과 예진은 1902년(광무 6)에 고종 즉위 40년을 맞아 제작한 것으로 면복본, 익선관본 2본, 군복대본, 군복소본 등 모두 5본(예진은 6본)이 있다.
이들은 모두 서울 경운궁 흠문각에 모셔졌고 익선관본 어진과 예진 각 1본은 풍경궁 태극전과 중화전에 옮겨졌다.
부산박물관 소장품은 두루마리 형태로 제작됐고 규장각 소장 '어진도사도감의궤'에 실려 있는 반차도와 대략 동일하나 일부 장면이 생략되어 있다.
대한제국 수립 이후에 제작된 반차도로 근대 복식 변화와 당시 국가 의례 형식과 궁중 기록화 제작양상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전시는 매주 월요일·지정 휴관 일을 제외한 화~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고 입장료는 무료다.
풍경궁은 1897년 대한제국을 개창한 고종이 황제국의 면모를 갖추고자 1902년(광무6) 평양부를 서경으로 승격시키고 창건한 궁궐이다.
1902년에서 1903년까지 정전인 태극전, 편전인 지덕전, 동궁전인 중화전과 정문인 황건문 등 주요 전각만 지어진 채로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러일전쟁이 발발하자 평양에 주둔한 일본군에 의해 풍경궁의 주변은 병참기지로 사용됐고 1907년 일본에 의해 근대식 병원인 평양 동인의원으로 바뀌어 철도 부설 노동자를 치료하는 용도 등으로 사용되었다.
고종이 폐위된 다음 해인 1908년(융희2) 풍경궁 관제(官制)가 폐지되고 봉안되어 있던 어진과 예진은 덕수궁, 정관헌으로 이전됐다.
1910년 평양 자혜의원으로 이름이 바뀌었으며 1923년 풍경궁 서쪽에 근대식 병원 건물을 새로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