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지난 3분기 이익이 드론 피격 사건(사진)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정학적 위험이 부각되면서 역대 최대로 예상되는 기업공개(IPO)가 성공할지 주목된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람코의 3분기(7~9월) 매출은 805억3000만달러(약 93조4000억원)로 전년 동기(969억달러) 대비 16.89% 줄었다. 순이익은 212억9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303억달러)에 비해 30% 감소했다.

지난 7~9월 배럴당 유가는 평균 62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7% 떨어지는 데 그쳤지만 순이익은 30% 줄어든 셈이다. 9월 석유시설 피습으로 비용 지출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드론 공격 사건 직후 야시르 알루마이얀 아람코 회장이 “재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과 상반된다. 아람코는 지난 9일 공개한 600쪽 분량의 투자안내서에서 “정치적 불안과 테러 행위는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WSJ는 “3분기 실적은 투자자들이 아람코를 둘러싼 위험을 느끼기 충분하다”며 “사우디 정부가 아람코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지가 기업가치 평가에 중요하게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람코는 또 다른 투자 위험에 대해서도 공개했다. 아람코는 투자안내서에서 “향후 20년 내에 세계 석유 수요가 정점에 도달할 수 있다”며 2035년을 수요가 꺾이는 시점으로 전망했다. 기후변화 규제와 전기자동차, 차량공유 확산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 가능성 등을 인정했다.

부진한 3분기 실적으로 아람코 기업가치를 둘러싼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WSJ는 사우디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경우 아람코의 기업가치를 2조달러로 추산하고 있지만, 투자은행(IB)들은 1조3000억~1조7000억달러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아람코는 지분 5%를 사우디 타다울 거래소와 해외 거래소에 1, 2차로 나눠 상장할 예정이다. 개인투자자 청약은 오는 28일, 기관투자가 청약은 12월 4일에 마감된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