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지수와 S&P500지수가 7일(현지시간) 또다시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1년 넘게 세계 경기를 짓눌러온 미·중 무역전쟁이 조만간 끝날 수도 있다는 기대가 퍼지면서다. 월가에서는 “산타 랠리가 예년보다 일찍 시작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월가, 美·中 무역전쟁 종식 기대감…"산타랠리 일찍 왔다"
이날 다우지수는 182.24포인트(0.66%) 상승한 27,674.80에 마감해 전날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S&P500지수 역시 8.40포인트(0.27%) 오른 3085.18로 마감해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나스닥지수는 23.89포인트(0.28%) 상승한 8434.52로 거래를 마쳐 지난 5일 기록했던 종전 최고치(8434.68)에 근접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상대 국가에 부과한 고율 관세를 철회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미국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미국 증시가 개장하기 전 브리핑에서 “지난 2주간 양국 협상 대표들은 진지하고 건설적인 토론을 했다”며 “양측은 협상 진전에 따라 단계적으로 고율 관세를 취소하기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주가가 오르는 동안 미 국채 금리는 급등(국채 가격은 하락)했다. 글로벌 경기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나오면서 안전 자산인 미 국채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15bp(1bp=0.01%포인트) 오른 연 1.96%까지 뛰었다. 이런 상승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소식이 전해진 2016년 11월 9일의 20bp 이후 최대였다.

미국 투자업체 펀드스트랫 글로벌의 톰 리 수석애널리스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2019년을 아직 8주가량 남겨놓은 상황에서 산타 랠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산타 랠리는 크리스마스 이후인 12월 마지막 주에 시작해 이듬해 1월 초까지 이어지는 상승장을 의미한다.

CNBC는 “시장 전문가 사이에서 S&P500지수가 올해 안으로 지금보다 약 3%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대세”라고 전했다.

펀드스트랫 분석에 따르면 1998년 이래 S&P500지수가 11월 첫째주까지 연초 대비 9.5% 이상 오른 해에는 항상 마지막 두 달 동안 평균 4% 더 뛰었다. S&P500지수는 올해 23%가량 상승했다.

다만 일각에선 아직까지 완전히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해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이날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에 출연해 “현시점에서 1단계 합의 조건으로 기존 관세를 철회한다고 합의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관세 철회 합의를 주장하는 것은 우리(미국)를 그런 방향으로 밀어붙이려 하는 것”이라며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뿐”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1단계 무역합의가 이뤄지면 관세 합의와 양보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발표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이다. 커들로 위원장과 나바로 국장의 발언은 상반되는 것이어서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

정연일 기자/워싱턴=주용석 특파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