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력은 생리적 욕구…빵을 먹어야 장미도 보인다"
“학생들에게 기초학력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추구해야 하는 생리적 욕구와 같습니다. 아이들이 최소한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기초학력을 보장하는 데 힘써야 합니다.”(양은숙 포항 창포초 교감)

7일 ‘글로벌 인재포럼 2019’에서는 기초학력 보장 방법을 두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김성열 경남대 교육학과 교수(사진)가 좌장을 맡은 ‘함께 성장하기 위한 기초학력’ 세션에서 발표자들은 기초학력의 중요성을 ‘빵’과 ‘장미’에 빗대 설명했다.

이수광 경기도교육연구원장은 “빵의 요소(지식)와 관련한 논의는 넘쳐나는 반면 인간 삶의 풍요와 품격을 말하는 장미의 요소는 부족하다”고 운을 띄웠다. 학생에게 지식과 함께 사유하는 힘을 길러주는 게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자 양은숙 교감은 “장미의 요소는 기초학력의 목적이 아니라 교육의 (궁극적) 목표”라며 “생리적 욕구(빵)가 먼저 충족돼야 한다”고 맞섰다.

토론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국어 영어 수학 과목에서 기초학력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어는 기초학력 미달 중3 학생 비율이 2015년 2.6%에서 지난해 4.4%로 늘었다. 같은 기간 수학(4.6%→11.1%)과 영어(3.4%→5.3%)도 상황이 악화됐다.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보장하려면 사후 대응보다 예방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대식 경인교대 특수교육학과 교수는 “학습이 부진한 학생으로 분류되지 않더라도 그 경계선에 있는 학생들은 잠재적으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경계에 있는 학생을 사전에 관리해 학습 성취도를 높여줄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교가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위해 펼치는 정책에 대해 학부모의 신뢰가 높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태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교수학습연구실장은 “학부모 사이에선 학교가 도움을 주는 기관이라기보다 평가를 위한 기관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라며 “학교가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학부모의 신뢰를 되돌려야 어떤 정책이든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대에 기초학력 관련 교과목을 개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양 교감은 “교사 양성 단계에서 기초학력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