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만이 아니다. 중국과 북한의 인터넷 차단은 말할 것도 없고 이란도 반체제 콘텐츠를 막기 위해 ‘하랄인터넷’을 만들어 자국 내에선 이것만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베트남이나 인도, 아르헨티나 등도 인터넷 주권이라는 명목으로 글로벌 인터넷을 차단하고 자국 인터넷 시스템을 쓰게 하고 있다. 호주는 건강 데이터를 외국으로 반출하는 걸 금지하고 있다.
더 충격적인 보고도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세계 국가의 4분의 1이 지난 4년 동안 인터넷을 일시적으로 차단했다. 지난해엔 25개국에서 최소 196건의 셧다운이 발생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23개국 114건이다. 지난해보다 훨씬 늘어난 수치다.
인터넷이 급속히 늘어나고 데이터 거래가 폭증하면서 반작용으로 인터넷망에 대한 각국의 거부감도 늘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 국가주의를 주장하면서 인터넷과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려 한다. 인터넷이 처음 대두됐을 때 강조돼왔던 사이버공간의 ‘독립성’은 설 땅을 차츰 잃어가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일고 있는 국가주의 바람과 결코 무관하지 않게 보인다.
하지만 이런 국가주의는 바로 경제적 대가를 치르게 된다. 아프리카 수단에선 임시정부가 인터넷을 차단한 결과 의사들이 신약을 주문하지 못해 환자들이 생사를 헤매야 했다. 모바일 결제가 많은 짐바브웨에선 인터넷 셧다운으로 모든 상거래가 중단됐다.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7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셧다운으로 인해 24억달러의 글로벌 손실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과 미국이 최근 디지털 무역협정을 맺었다. 자국 진출 기업에 서버등 컴퓨터 설비 설치를 강요해선 안 되고 소프트웨어 소스코드와 알고리즘 이전 등을 요구해선 안 된다는 조항을 담았다. 데이터에서 국가 개입을 가능한 한 배제하는 규칙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포석도 엿보인다.
인터넷이 쪼개질 우려가 있는 국면에서 이를 지키려는 움직임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상품 거래에서 자유 무역이 위협받는 것처럼 디지털 세계에서도 자유 거래가 위협받고 있다. 인터넷이 도입된 지 50년 만에 벌어지는 상황이다.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