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이 서울 창덕궁 인정전 내부에 들어갈 수 있는 ‘창덕궁 정전, 인정전에 들다’ 특별 관람 프로그램을 오는 30일까지 매주 수·토요일 운영한다. 창덕궁을 찾은 관광객들이 6일 인정전 내부에서 용상(龍床)을 바라보며 해설가의 설명을 듣고 있다. 참가 신청은 당일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받는다.
경복궁경복궁은 ‘만년토록 빛나는 큰 복을 지닌 궁궐’이란 뜻을 갖고 있다. 하늘의 뜻을 받아 백성을 다스리며, 대대손손 태평함을 이어가겠다는 조선 왕조의 소망이 담겨 있다. 이 소망을 이뤄나가기 위한 조선 왕조의 대표적 법궁이기도 하다. 법궁은 왕이 머무는 궁궐 중 가장 으뜸이 되는 궁궐을 의미한다.경복궁은 1395년 태조 이성계가 창건했다. 북악산 인왕산 낙산 남산에 둘러싸여 있고, 그 중심에 청계천이 흐르는 곳에 자리 잡았다. 공간은 크게 정치공간 외전, 생활공간 내전, 휴식공간 후원으로 나뉜다. 외전과 내전은 광화문을 기준으로 남북 방향의 일직선상에 놓여있다. 주요 전각에 딸린 부속 전각들이 좌우 대칭을 이룬다. 중심부를 제외한 건축물은 비대칭적으로 배치돼 변화와 통일의 아름다움을 함께 갖췄다는 평가다.궁궐 내부 중 드넓은 자리엔 웅장한 건물 ‘근정전’이 우뚝 솟아있다. 경복궁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곳이다. 화려하게 장식된 처마 아래로 앞머리를 가지런히 자른 말(馬) 모양의 석각이 있다. 오랜 세월을 함께하다 보니 산을 닮아버린 근정전의 추녀가 하늘로 매끄럽게 솟아올라 두 산과 절묘하게 이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이곳은 역대 왕들의 즉위, 책봉, 혼례와 같은 중대 의식을 거행하거나 외국 사신을 접견하는 장소로 사용됐다.근정전 입구에는 임금만이 오를 수 있는 계단인 ‘답도’가 있다. ‘밟는 길’이라는 의미의 답도에는 구름 속에서 날개를 활짝 펼친 봉황새가 조각돼 있다. 태평성대를 기원한다는 의미다. 근정전 앞에 넓게 펼쳐진 조정에는 정해진 위치에 따라 왕을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에는 각각 문관, 무관이 일렬로 선다.경복궁은 수난의 역사를 품고 있다. 태조가 세운 궁은 1592년 임진왜란으로 불타 없어졌다. 이후 고종 때인 1867년 중건됐다. 조선 왕실의 위엄을 높이고자 했던 흥선대원군의 주도로 중건됐지만 건청궁에서 명성황후 시해 사건이 벌어진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고종이 러시아공사관으로 대피하면서 왕이 떠난 빈집의 운명이 되고 만다. 일제는 조선총독부 건물을 경복궁 내에 지어 조선 왕조의 상징을 훼손하려 했다. 정문인 광화문 또한 해체해 지금의 건춘문 자리 근처로 옮겨졌고, 궁궐 내 대부분 건물도 철거해 근정전 등 일부 중심 건물만 남게 됐다. 이후 광화문은 1968년 복원됐고, 경복궁은 복원 작업을 거쳐 광복 65년을 맞은 2010년 공사를 마치고 일반에 공개됐다.덕수궁 - 아기자기한 궁, 데이트장소 인기덕수궁의 역사는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의주로 피난 갔던 선조가 다시 한양으로 돌아왔을 때부터 시작된다. 선조는 월산대군 저택과 그 주변 민가를 여러 채 합해 ‘시어소’로 정해 행궁으로 삼았다. 이 행궁은 이후 광해군이 즉위한 후 창덕궁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경운궁’이란 이름을 사용하게 됐다.궁궐의 모습을 갖추게 됐지만 규모는 점점 축소됐다. 인목대비 유폐와 인조반정을 겪었고, 인조가 즉위한 이후 즉조당과 석어당을 제외한 나머지는 원래 주인에게 돌려줬다. 이로써 덕수궁은 왕이 공식적으로 머물며 국정업무를 보던 궁궐의 기능을 더 이상 하지 못했다.그랬던 덕수궁이 다시 역사에 등장한 것은 1895년 을미사변이 일어난 직후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고종이 러시아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긴 후, 1897년 2월에 덕수궁으로 환궁한다. 이곳에서 고종은 대한제국이라는 황제국을 선포하면서 덕수궁은 황궁으로서의 규모와 격식을 갖춘다. 하지만 1904년 일어난 화재와 1907년 고종의 강제퇴위 이후 덕수궁 규모는 다시 축소됐다. 이때 경운궁에서 덕수궁으로 이름도 바뀐다. 덕수는 ‘선왕의 덕과 장수를 기린다’는 의미다.1930년대 일제는 덕수궁을 공원으로 개조해 공개했고, 석조전을 미술관으로 개관해 일본 근대미술품을 전시했다. 돈덕전이 있던 자리에는 동물원이 들어서기도 했다. 덕수궁은 1963년 사적 124호로 지정된 이후 꾸준히 복원작업이 이뤄졌다.오랜 시간에 걸쳐 축소돼 온 탓에 덕수궁은 경복궁처럼 웅장한 느낌은 없다. 하지만 아기자기하고 아늑하기 때문에 가족 또는 연인들과 함께 산책하기에 좋은 명소로 꼽힌다. 궁궐 중간 연못 옆에는 한국 최초의 근대식 건물인 석조전이 있다. 고전주의 양식의 철골 콘크리트 건물로 황궁의 정전(왕이 나와서 조회를 하던 궁전)으로 기획돼 1910년 준공됐다. 석조전 동관은 현재 대한제국역사관, 서관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이다.고종이 정전으로 사용한 중화전은 원래 2층 건물이었지만 1904년 화재 후 단층 건물로 중건됐다. 중화전은 정문인 중화문과 함께 보물 제819호로 지정돼 있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가면 정동극장 뒤쪽 중명전에 이른다. 황실의 도서와 보물을 보관하는 용도의 황실 도서관으로, 현재는 전시관으로 활용하고 있다.창덕궁 - 신비한 후원…자연의 美에 반하다창덕궁은 조선 왕조의 공식 궁궐인 경복궁에 이어 두 번째로 지어진 궁궐이다. 건축과 조경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동시에 한국적인 공간을 잘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꼽힌다.창덕궁은 이궁으로 지어졌다. 이궁이란 나라에 전쟁이나 큰 재난이 일어나 공식 궁궐을 사용하지 못할 때를 대비한 궁궐을 말한다. 경복궁이 정궁이었지만 왕들은 창덕궁의 자연적인 아름다움과 신비한 후원 때문에 창덕궁을 더 선호했다고 알려져 있다. 임진왜란 때 한양의 궁궐이 모두 불타면서 경복궁은 터가 불길하다는 이유로 재건되지 않았다. 광해군 시절 창덕궁이 먼저 재건된다. 창덕궁은 경복궁이 재건될 때까지 270여 년 동안 법궁으로 사용됐다.궁의 동쪽으로는 창경궁이, 동남쪽으로는 종묘가, 서쪽으로는 정궁인 경복궁이 있다. 창덕궁은 1411년 진선문과 금천교, 이듬해 궁궐의 정문인 돈화문에 이어 여러 전각이 들어서면서 궁궐의 모습을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돈화문으로 들어서면 임금이 신하와 국가의 일상 업무를 논하던 편전인 선정전, 임금이 외국 사신을 접견하고 신하들로부터 조하를 받는 인정전, 왕과 왕비가 거주하던 대조전으로 이어진다.창경궁 - 17세기 지어진 명정전…조선왕궁 법전 중 最古창경궁은 1483년 세조비 정희왕후, 예종비 안순왕후, 덕종비 소혜왕후를 모시기 위해 옛 수강궁터에 창건한 궁이다. 수강궁이란 세종 즉위년 1418년에 상왕으로 물러난 태종의 거처를 위해 조성된 궁이다.창경궁은 창덕궁과 연결돼 동궐이라는 하나의 궁역을 형성한다. 독립적인 궁궐의 역할을 하는 것과 동시에 창덕궁의 모자란 주거공간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했다. 성종대에 창건된 창경궁은 1592년 임진왜란으로 모든 전각이 소실됐고 1616년에 재건됐다. 하지만 1624년 이괄의 난과 1830년 화재로 인해 내전이 모두 소실됐다. 화재에서 살아남은 명정전, 명정문, 홍화문은 17세기 조선시대 건축양식을 보여준다. 정전인 명정전은 조선왕궁 법전 중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창경궁의 으뜸 전각인 명정전은 국왕의 즉위식과 신하들의 하례, 과거시험, 궁중연회 등의 공식 행사를 치렀던 장소다. 인종이 1544년 이곳에서 즉위했으며, 1759년 66세의 영조가 15세의 정순왕후를 맞이하는 혼례가 치러지기도 했다.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오는 10일부터 25일까지 경복궁·창덕궁·덕수궁·창경궁과 종묘, 조선왕릉이 무료 개방된다. 2주 넘게 무료 개방되는 것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처음이다.문화재청은 올해 제74주년 광복절을 기념해 10일부터 25일까지 4대궁과 종묘, 조선왕릉을 무료 개방한다고 8일 밝혔다.무료개방 기간에는 덕수궁과 창경궁 야간관람도 무료로 진행하며, 종묘는 관람 방식을 시간제 관람에서 자유 관람으로 바꿔 운영한다. 창덕궁 달빛기행과 후원 관람 등은 별도로 예약하고 관람료를 지불해야 한다.문화재청 관계자는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며 "고궁과 조선왕릉에서 늦은 여름휴가를 즐겨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은 15일부터 17일까지 덕수궁 즉조당 앞에서 '대한민국 100년 전통예술 100년' 특별공연을 개최한다. 애국지사 김원봉·안창호·강향란·김향화 4인의 독립운동 이야기, 순종의 마지막 음악, 서도명창 장학선 이야기를 주제로 삼았다.재단은 9월 6·13·27일과 10월 3∼5일 덕수궁에서도 공연을 진행한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광복절인 15일 오후 2시 클래식 콘서트 '실내악 음향으로 일깨운 광복의 선율'을 개최한다.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8일부터 다음달 16일까지 창덕궁 편전인 선정전 뒤뜰에서 한·중 전통정원 특별사진전 ‘옛 뜰(庭)을 거닐다’를 연다. 중국 베이징시공원관리센터, 주중 한국문화원과 함께 마련한 사진전에서는 중국 정원인 원림(園林) 속 가산(假山·모형 산)을 연상시키는 구조물 사이에 설치한 모니터를 통해 자연에 순응해 조성한 한국 정원과 인공 시설물을 만들어 대비를 연출한 중국 원림을 촬영한 사진 200여 장을 선보인다.한국 전통정원은 궁궐 왕릉 민가 별서(別墅·교외에 따로 지은 집) 사찰 서원으로 나눠 소개한다. 중국 원림과 관련해서는 황실 사가(私家) 사찰 등 장소별 사진과 광활하고 수려한 산수에 형성된 풍경 명승 사진, 도시에 건설한 휴식 공간인 성시 원림 사진을 공개한다.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