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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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터운 지층을 확보한 채 출발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수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권 초 높은 인기에도 김영삼·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 높은 ‘부정평가’로 임기 후반기를 맞이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3일 한국갤럽이 노태우 정부부터 실시한 역대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임기 시작 후 첫 조사(2017년 6월 1주차)인 84%에서 반환점을 앞두고 44%(2019년 10월 5주차)까지 추락했다. 2년 반 새 40%포인트나 지지율이 하락한 셈이다. ‘하나회 척결’과 ‘역사 바로세우기’, ‘금융실명제’ 등으로 임기 초반 국민들에게 높은 지지를 얻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42%포인트) 이후 가장 낙차폭이 크다. 집권 당시 높은 지지율(71%)로 시작한 김영삼 정부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로 인한 쌀시장 개방으로 큰 반발을 사며 지지율이 급락했다. 이후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독주로 임기 반환점 29%까지 긍정평가가 추락한다. 이후 외환위기를 맞으며 초라한 한자리수(6%)로 임기를 마무리하게 된다.

하지만 대형 악재에 휩싸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보다 문 대통령의 반환점을 앞둔 부정평가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는 45%로 문 대통령보다(47%) 낮다. 전문가들은 굵직한 정책적 성과를 거뒀던 김영삼 정부에 비해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반사이익으로 높은 지지율을 얻은 채 출발했지만 2년 반이 지난 지금 경제·외교안보·국민통합 등 내세울만한 아무런 정책적 성과가 없다”며 “대형 악재가 없었다는 점에서 위기감이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임기 중반 부정평가는 이명박(43%), 박근혜(44%) 전 대통령보다도 높게 나타났다. 되레 광우병 사태로 정권 초 21%까지 떨어졌던 이 전 대통령의 반환점 지지율(44%)은 문 대통령과 같다. 같은 기간 박 전 대통령의 긍정평가는 45%로 기록됐다. 장덕현 한국갤럽 기획조사실 연구위원은 “임기 후반에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할 수 있는 요인이 크게 없어 보인다”며 “지지율은 앞으로도 계속 내림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임기 절반을 채우는 동안 20대 젊은 층이 가장 눈에 띄게 돌아서기도 했다. 리얼미터가 2017년 5월 3주차 조사한 20대의 지지율은 84.7%로 집계됐다. 하지만 지난달 4주차 조사에선 41.6%로 내려앉았다. 전 연령대 가운데 제일 큰 폭으로 긍정평가가 감소했다. 부정평가 역시 보수성향이 짙은 60대(13.8%→60.3%)를 제외하고 20대(8.0%→51.4%)가 두 번째로 높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내건 국민이 주인인 정부 더불어 잘사는 경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등 국정과제에 대해 임기 후반 속도를 내지 못한다면 지지율을 더욱 하락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상당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2년차의 국정과제 완전이행률은 16.3%에 불과했다. 미이행 공약도 24.6%에 달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