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협 "4일 정기총회 안건으로 다루겠다" 요청에 브리핑 돌연 취소
일부 교육감 동의만 구했다가 자충수
고교서열 해소방안 발표 연기한 교육부…교육감協 '패싱' 부메랑
교육부가 이번 주 발표할 예정이었던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 발표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중등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꿀 정책인데도 일부 교육감의 동의만 구한 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를 '패싱'하려고 했던 탓에 발표 일정에 혼선을 빚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1일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직접 브리핑을 열고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교육부는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고자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외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고 이에 맞춰 일반고의 역량을 어떻게 끌어올릴지를 이 방안에 담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발표를 미뤄달라고 요청하면서 교육부 발표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교육부와 시도교육감협의회에 따르면, 협의회는 발표 예정일 전날인 지난달 29일 교육부에 접촉해 "11월 4일 열릴 정기총회에서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을 공식 안건으로 다루고 싶다"고 요청했다.

이에 교육부는 교육감협의회 총회 이후로 해당 발표를 미루기로 했다.

고교서열 해소방안 발표 연기한 교육부…교육감協 '패싱' 부메랑
표면적으로 보면 교육부가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 발표에 앞서 교육감협의회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안을 잘 아는 교육계 핵심관계자는 "교육부가 수도권 교육감하고만 '졸속 협의'를 하고는 방안을 발표하려 했는데, 이에 뿔난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제동을 건 것"이라고 귀띔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발표를 앞두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브리핑 현장에 동석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교육부가 평소 협의가 잘 되는 수도권 교육감들하고만 논의하고, 상산고 문제 등을 놓고 교육부와 마찰이 잦던 김승환 교육감은 배제하자, 김 교육감이 교육감협의회장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해 "총회에서 다루겠다"고 나섰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때문에 4일 예정된 정기총회에서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에 대해 김 교육감을 비롯한 일부 교육감들이 비판 내지는 반대의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점쳐진다.

교육감협의회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 통화에서 "논의가 잘 되면 (방안에) 힘이 실리겠지만, 나쁘게 되면 (협의가) 안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면서 "논의 결과에 대해서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감협의회는 총회 당일 자체 연구한 대입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기도 하다.

교육감들은 최근 정부가 세운 정시 확대 방침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협의회 차원의 대입 개편안 역시 정부 정책에 맞불을 놓는 모양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가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의 경우 중등교육 관리 주체인 교육감들과 협의하지 않고,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은 학생 평가·선발 주체인 고교·대학 현장과 협의하지 않고 있다"면서 "여론에 따라 정책 방향을 다 결정해놓고 현장은 따르라는 식이니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