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서 배운 것만으로 일 못해…디지털 평생교육으로 업무역량 키워야"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많은 직장인들이 업무능력에 한계를 느낍니다. 과거에 대학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죠. 평생교육의 개념이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애덤 메드로스 에드엑스(EdX) 최고운영책임자(COO·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생의 특정 시기에 배운 지식으로 평생 일할 수 있는 시절은 지났다”며 “디지털 평생교육은 이미 학생 만족도와 성과 면에서 전통 교육을 능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드엑스는 2012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와 하버드대가 각각 3000만달러를 투자해 만든 세계적인 온라인 공개강좌(MOOC) 플랫폼이다. 메드로스 COO는 다음달 6~7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리는 ‘글로벌 인재포럼 2019’에서 ‘평생학습과 에듀테크’라는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메드로스 COO는 올해 에드엑스 수강생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근거로 들며 평생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0% 이상은 직장에서 한 가지 이상의 업무 영역에서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이 업무능력에 한계를 느끼는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가장 큰 원인은 기술 진보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는 것이다. 메드로스 COO는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7년 뒤인 2026년까지 미국의 직업 가운데 14만 개가 사라질 전망”이라며 “4차 산업혁명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회사가 직장인에게 원하는 바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지만 고등교육은 그만큼 빠르게 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두 번째 이유다. 그는 “설문조사 응답자의 5%만이 대학 전공이 현재 직장에서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며 “오랜 기간 방식이 바뀌지 않은 현재의 고등교육은 미래의 직업을 위한 능력을 키우기엔 역부족”이라고 꼬집었다.

고등교육과 현실의 괴리가 가장 큰 부문으로는 데이터사이언스와 리더십 분야가 꼽힌다. 이 가운데서도 대규모 데이터를 다루는 능력은 특정 분야뿐 아니라 대부분 기업에서 요구하는 능력으로 부상했다고 메드로스 COO는 설명했다. 리더십과 영업능력 등 정성적 역량도 직장인들이 기존 고등교육에선 채울 수 없는 능력으로 부각됐다. 메드로스 COO는 “설문 응답자의 30% 이상이 대학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리더십 역량을 습득하기 어려웠다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직장인 재교육은 누가 담당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에드엑스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1%는 개인의 책임이라고 봤지만, 33%는 고용주의 책임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어느 한쪽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는 게 메드로스 COO의 주장이다. 그는 “평생교육은 단지 새로운 직업을 찾거나 임직원을 교육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책임에 가깝다고 본다”며 “개인은 자발적인 평생교육으로 자신의 능력을 키우고 기업은 재직자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교육을 제공하는 식으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드로스 COO는 시간이 지날수록 정규 고등교육을 마친 뒤 받는 교육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직장을 다니면서 온라인으로 받은 학위가 전문성의 잣대로 보면 정규 대학 학위에 뒤지지 않을 것”이라며 “교육이 필요한 이들에게 시간과 비용, 장소의 제약을 넘어 교육을 제공하는 게 평생교육이 나아갈 길”이라고 말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