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 만에 가장 강력한 19호 태풍 ‘하기비스’가 일본 수도권 등 열도 중심부를 훑고 지나가면서 40명 이상이 사망 또는 실종됐다. 기록적인 호우로 각지에서 산사태가 속출했고, 하천이 범람해 주택 피해가 잇따랐다. 태풍이 직격한 도쿄는 12~13일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고 주요 슈퍼와 음식점이 문을 닫는 등 도시기능이 마비됐다. 정전과 통신장애가 발생한 지역도 속출했다.


13일 NHK에 따르면 일본 전역에서 태풍 하기비스로 인해 30명이 숨지고 15명이 실종됐다. 태풍이 큰비를 동반하면서 일본 각지에서 연간 강수량의 30~40%에 달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인기 온천 관광지인 가나가와현 하코네초에는 이날 새벽까지 48시간 동안 1001㎜의 비가 내렸다. 시즈오카현 이즈시(760㎜), 사이타마현 우라야마(687㎜), 도쿄 히노하라(649㎜) 등도 기상관측 사상 최대 강수량을 기록했다.

폭우로 일본 주요 하천이 범람하면서 피해가 커졌다. 도쿄의 젖줄인 다마강이 범람하면서 도쿄 세타가야구 일대가 침수됐고, 도쿄 동부 지역 스미다강 인근 일부 지역에서도 물이 넘쳤다. 이와 함께 나가노현 지구마강 제방 일부가 붕괴해 주변 마을이 물에 잠겼고, 나가노시에 정차해 있던 호쿠리쿠 신칸센 열차들이 물에 잠겼다. 인근 도미시에선 교량 일부가 무너지면서 지나가던 차량 세 대가 강에 떨어졌다. 후쿠시마현을 가로지르는 아부쿠마강도 범람해 주택 침수 피해를 입는 등 전국 36곳의 하천이 범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류의 범람 위험에도 긴급방류를 실시한 댐이 일곱 곳에 달했다.

NHK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오염 제거 작업으로 수거한 방사성 폐기물을 담은 자루도 인근 하천으로 유실됐다. 후쿠시마현 다무라시에 있는 이 임시 보관소에는 폐기물 자루가 2667개 있었다. 다무라시 측은 유실된 자루 중 10개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모두 몇 개가 유실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도쿄와 가나가와현, 지바현 등에서 42만여 가구가 정전됐다. 1000만 명이 넘는 주민에게 ‘피난지시’와 ‘피난 권고’가 발동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도쿄 하네다공항과 나리타공항에서 1300여 편의 항공기가 결항하면서 21만 명이 영향을 받았다.

특히 도쿄 등 일본 수도권 지역은 12~13일에 지하철, 신칸센 등 주요 대중교통이 운행하지 않고 편의점과 슈퍼, 음식점들이 대다수 문을 닫는 등 사실상 도시기능이 정지됐다. 수도권 인근 주요 공장들도 가동을 멈췄다. 지바현과 사이타마현에선 대규모 통신장애 현상도 발생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