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에 좌파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정부가 들어서면 주변 중남미 국가에도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브라질 등 주변국과 틀어지고, '메르코수르- EU' FTA 균열 가능성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브라질,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이 회원국 간 이견으로 틀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메르코수르와 유럽연합(EU)이 지난 6월 타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의 미래가 불투명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협정을 지지하는 마우리시오 마크리 현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달리 좌파 후보인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전 총리는 그동안 협정 체결에 반대 뜻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와 이웃 국가인 브라질의 관계도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파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달 아르헨티나 예비선거에서 페르난데스 전 총리가 승리하자 “아르헨티나 대선 본선에서도 좌파 후보가 승리하면 베네수엘라의 길을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네수엘라처럼 경제 위기가 더욱 심해질 것이란 뜻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그동안 메르코수르와 EU 간 FTA 체결과 남미 단일통화 창설 제안 등으로 마크리 대통령을 적극 지지해왔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에 좌파 정부가 들어서 시장 개방을 거부하면 메르코수르를 탈퇴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메르코수르 개방을 앞으로도 밀어붙이겠다”며 “아르헨티나가 문제를 일으키면 우리는 메르코수르를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등 주변국과 틀어지고, '메르코수르- EU' FTA 균열 가능성
남미 우파 국가들의 연합으로 떠오른 ‘프로수르(PROSUR)’에도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프로수르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친(親)미국 등을 표방하고 있다. 기존 남미 좌파 정상들이 창설한 남미국가연합(우나수르·UNASUR)을 대체하는 남미 연합으로 주목받고 있다.

프로수르에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콜롬비아, 칠레, 파라과이, 페루, 에콰도르, 가이아나 등 8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페르난데스가 최종 승리하면 프로수르를 탈퇴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최근 아르헨티나 금융시장 혼란이 브라질, 멕시코 등 주변국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브라질과 멕시코는 시장에 대응할 만한 외환유동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아르헨티나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면 주변국 금융시장도 빠르게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