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휩싸인 젤렌스키 대통령 "내게 압력 넣는 것 불가능"
"다른 때에 군사원조 문제 제기…줄리아니 만나거나 통화한 적 없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對)우크라이나 군사원조를 동결하며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에 대한 조사를 압박했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미국 정치권을 강타한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인해 자기 뜻과 상관없이 정치적 폭풍에 휘말린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AP 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이란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2020 대선과 관련, 민주당의 유력 후보인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해 조사해달라고 압박을 가해 권력을 남용하고 외부세력을 대선에 개입시키려 했다는 의혹이다.

미국 민주당은 최근 이 문제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착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견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한 수백만달러 규모의 군사원조가 왜 지연되고 있는지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다며 '트럼프 압력설'을 반박했다.

"군사원조 지연 설명 못들어"…우크라대통령, 트럼프압력설 일축
그는 "내게 압력을 넣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많은 사람이 나에게 영향을 미치려고 하지만 나는 독립국인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자신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논의에서 러시아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 반군 세력과 내전 중인 우크라이나를 돕는 미국의 군사원조 중요성을 반복해서 강조했다고 역설했다.

백악관이 공개한 지난 7월 25일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전화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방지원에 대해 감사하면서 우크라이나는 다음 단계를 위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논란이 되는 7월 25일 통화가 아닌 다른 논의 때 군사원조 문제를 제기했다고 추정했으나 그런 논의가 언제 있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앞서 미 국방부는 지난 6월 우크라이나에 2억5천만달러 규모의 군사원조를 지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이행이 계속 연기되다가 지난 9월에 실행됐다.

"군사원조 지연 설명 못들어"…우크라대통령, 트럼프압력설 일축
한 국방부 관리는 지난주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오랜 우려 사항인 우크라이나 부패 문제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얼마나 대처하고 있는지 분석하기 위해 이를 보류했다고 주장,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기 위해 '군사원조 카드'를 사용했다는 또 다른 의혹을 낳았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으로 떠오른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 변호사를 만나거나 통화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녹취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가스회사 브리스마 이사인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 헌터에 대한 조사와 관련해 줄리아니에게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화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7월 25일 통화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조사해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놓고 딜레마에 빠져 있다.

우크라이나가 이미 지난 2016년 한 차례 조사를 마친 우크라이나 가스회사 브리스마 비리 의혹을 다시 조사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을 도와주게 되고, 조사하지 않을 경우 결과적으로 민주당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내전 중인 우크라이나는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을 원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국민에게는 러시아 지원을 받는 반군과의 내전을 해결하는 게 미국 대선보다 중요하다고 AP는 지적했다.

"군사원조 지연 설명 못들어"…우크라대통령, 트럼프압력설 일축
한편, AP통신은 이날 미 의회와 국무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3천900만달러(약 468억원) 규모의 대전차 미사일 수출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의회 보좌관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사일 수출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제안에 서명하면 최종 확정된다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는 보도 내용에 대한 언급을 거절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