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생산·투자·소비 지표가 5개월 만에 동반 상승했다. 예년보다 빠른 추석과 삼성 ‘갤럭시노트10’ 등 스마트폰 신제품이 나온 덕분이다. 하지만 제조업 관련 지표가 계속 나빠지고 있는 만큼 경기가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2019년 8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전(全)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5% 증가했다. 전산업생산은 지난 5월과 6월에 각각 0.2%, 0.7% 감소했다가 7월에 1.5% 증가로 돌아선 뒤 2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1.9%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6월과 7월 각각 0.1%, 2.1% 확대된 데 이어 3개월 연속 늘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보다 3.9% 증가했다. 2011년 1월(5.0%) 후 8년7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이 지수는 6월(-1.6%)과 7월(-0.9%)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3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생산·투자·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3대 지표가 동시에 상승한 것은 3월 후 5개월 만이다. 김보경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광공업생산이 기저효과로 인해 소폭 감소했지만 서비스업생산이 늘어난 데 힘입어 전산업생산이 2개월째 증가했다”며 “소매판매가 급증한 건 이른 추석 연휴로 선물 수요 등이 늘어난 게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올해 추석은 9월 13일로 예년에 비해 한 달가량 빨랐다. 이 때문에 추석 한 달 전인 8월부터 선물 구매가 시작됐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승용차, 통신기기 판매가 늘어난 것도 소매판매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며 “갤럭시노트10 등 스마트폰 신제품이 출시됐고 수입 디젤차 인증 지연 문제가 해소되면서 신차 판매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신규 스마트폰 판매 호조로 반도체 생산과 출하도 각각 0.3%, 6.1% 증가했다.

3대 지표의 ‘트리플 증가’에도 불구하고 향후 경제 상황은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앞으로의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1포인트 떨어져 5월 이후 4개월째 하락했다. 김 과장은 “경기가 좋아지려면 수출이나 대외 여건이 개선돼야 하는데 뚜렷한 개선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제조업 관련 지표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9% 감소해 13개월 연속 줄었다. 1972년 통계 작성 후 최장 감소 기록이다. 감소폭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컸다. 이 지수는 긴 시계열로 추이를 보기 위해 통상 전년 동월과 비교한다. 제조업 가동률지수 역시 전월 대비 1.3% 줄어 올해 2월(-4.6%) 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