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 증시에서 거래되는 중국 기업 상장폐지, 미국 자본의 중국 투자 제한 등 금융투자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과 CNBC가 보도했다. 미 재무부는 보도를 부인했지만 ‘현재로선’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이 같은 방안이 현실화되면 미·중 무역전쟁 및 세계 경제에 대형 악재가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7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이 중국으로 흘러가는 미국의 포트폴리오 투자(유가증권 투자)를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방안엔 미 증시에서 거래되는 중국 기업 상장폐지, 미 정부 관련 연금펀드의 중국 시장 투자 차단, 주식 관련 투자지수에서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 상한 설정 등이 포함된다고 전했다. 현재 미 증시엔 알리바바, JD닷컴, 바이두, 텐센트 등 150여 개 중국 기업이 상장돼 있다.

CNBC도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중국 기업에 대한 금융투자를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현재 논의는 초기 검토 단계 수준이며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시간표도 없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커지자 모니카 크롤리 미 재무부 대변인은 28일 언론에 보낸 이메일에서 “현재로선(at this time) 중국 기업의 미 증시 상장을 막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일단 보도를 부인하긴 했지만 향후 관련 조치를 도입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지도 않은 것이다. 중국 기업 상장폐지 외에 미 언론이 보도한 다른 조치에 대해선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확한 의도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다음달 10일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위협용’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단순한 엄포가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우리는 중국이 필요 없다”며 국가비상사태 선포, 중국에서 미국 기업 철수 가능성 등을 거론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을 지낸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CNBC에 “(백악관이 그런 방안을 실행한다면) 그건 완전한 재앙”이라며 “특히 중국이 이번 반세기 안에(2050년 내)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상대방 시장에 대한 열린 접근은 (미·중 모두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