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는 미국, 터키의 6·25 참전용사 33명과 가족 등 77명이 26일부터 5박6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고 25일 밝혔다. 참전용사 중에는 장진호 전투에 참여한 밀턴 워커 씨(89), 헨리 셰이퍼 씨(88)와 흥남철수작전에 투입된 웨인 스트렁크 씨(86) 등이 포함됐다.장진호전투는 미군 전쟁사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1950년 11월 26일부터 12월 11일까지 미군 제1해병사단 1만5000여 명이 함경남도 장진호 부근에서 중공군 7개 사단 12만 명의 포위망을 뚫고 함흥 지역으로 철수하는 과정에서 4500여 명이 전사하고 7500여 명이 동상에 걸렸다. 흥남철수작전은 1950년 12월 중공군의 개입으로 미군과 한국군이 함경남도 흥남항에서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피란민을 태우고 철수한 작전이다. 이 덕분에 문재인 대통령의 부모를 포함한 10만여 명의 피란민이 무사히 흥남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장진호전투에 참여했던 워커 씨는 “20만 명에 달하는 중공군은 공격하기 전 호루라기와 나팔을 불어댔는데 정말 소름끼치는 소리였다”며 “우리 병력의 60~70%는 적군과의 교전과 극심한 추위로 인해 대부분 사망했다”고 회상했다. 같은 전투에서 총에 맞아 한쪽 팔과 다리 등을 잃은 셰이퍼 씨는 “대한민국을 위해 싸웠다는 사실에 항상 큰 자긍심을 느낀다”고 방한 소감을 전했다. 미 제7사단 소속으로 참전한 레이먼드 크리스먼 상병의 유족 샐리 슈켈 씨는 “한국이 이렇게 눈부시게 발전할 수 있게 된 바탕에 참전용사들의 뜨거운 열정과 희생이 있었다는 것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이들은 27일 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 주관으로 열리는 ‘장진호전투 영웅 추모행사’에 참석하고, 28일에는 비무장지대(DMZ)와 임진각의 안보 현장을 둘러볼 예정이다. 30일 만찬에서는 ‘평화의 사도메달’ 수여식도 열린다.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아세안 의장국인 태국은 우리 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 신남방정책의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태국을 공식 방문하고 있는 문 대통령은 이날 태국 총리공관에서 열린 쁘라윳 짠오차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임기 중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방문하겠다고 약속드렸는데 태국을 시작으로 한 이번 순방으로 그 약속을 지키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한국 대통령의 태국 공식 방문은 2012년 11월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7년 만이다. 이번 동남아시아 3개국(태국, 미얀마, 라오스) 순방은 신남방정책을 공고히 하는 한편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행보다. 아세안 국가 중에서 한국과 인적교류가 가장 활발한 태국은 아세안 의장국을 맡고 있다.지난해 한국과의 인적교류가 236만 명에 달했다. 세계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중등학생 13만 명 중 태국인이 4만 명에 달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날 두 정상이 한국어 교원 파견 및 한국어 채택 학교의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양국 교역액은 사상 최대인 141억달러를 달성했다”며 “이는 한국이 어려울 때 가장 먼저 달려와준 태국 참전 용사들의 희생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강조했다.두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한국 기업의 태국 호위함 수주 등 양국 간 활발한 국방·방산 협력을 평가하고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을 체결, 군사교류와 방산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또 태국과의 과학기술 신산업 협력 확대를 강조하면서 “세계 세 번째로 4세대 방사광 가속기를 개발한 한국이 태국이 추진 중인 가속기 구축사업에 함께하기를 희망한다”며 입찰 참여 의사를 밝혔다. 쁘라윳 총리는 “문 대통령이 200명 이상의 기업인을 인솔하고 왔다”며 “한국과 철도시스템, 로봇공학 분야 협의서와 양해각서를 서명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이날 한 건의 협정과 다섯 건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문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직후 6·25전쟁 당시인 1952년 ‘폭찹 고지’ 전투에서 중대장으로 활약한 2사단 21연대 아폰 우타까녹 씨(98) 등 6명의 참전용사에게 ‘평화의 사도 메달’을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의지에 감사드린다”며 “이 메달은 한국 국민을 대신해 전해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국가보훈처는 6·25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호주 참전용사 고(故) 찰스 허큘리스 그린 중령(맨 왼쪽)에게 유엔군 참전의 날(7월 27일)을 맞아 을지무공훈장을 수여한다고 22일 밝혔다.그린 중령은 호주 정규군 첫 지휘관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 제3연대 3대대 소속으로 연천전투와 박천전투 등에서 승리를 거뒀고 1947년 호주 무공훈장을, 1951년 미국 은성훈장을 받았다. 그린 중령이 속한 호주대대는 1950년 10월 황주 쪽으로 북진해 사리원~평양 진로를 차단하다가 단 한 발의 총탄도 소모하지 않고 북한군 1982명을 포로로 잡았다. 그린 중령은 2015년 11월 ‘이달의 6·25 전쟁영웅’으로 선정됐다.그리스에 6·25전쟁을 기리는 한국전쟁 박물관과 기념비를 건립한 콘스탄티노스 파로스도 국민포장을 받는다. 보훈처는 유엔군 참전의 날을 맞아 미국 호주 등 16개국 유엔 참전용사와 무공훈장, 국민포장 수여자 등 107명을 초청했다.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