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뒤처진 원인 분석한 신간 '대한민국 징비록'

"우리는 조선이 왜 망했는지 알지 못한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착한 조선이 어느 날 악한 일본에 억울하게 망하고 말았다고 알고, 그리 살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
신간 '대한민국 징비록'(와이즈맨)에서 현직 기자인 저자 박종인은 우리 국민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로 '정신 승리'를 꼽는다.

역사적 과오와 실패에 대한 냉철한 원인 분석과 미래 대비를 외면한 채 감정적 접근과 비난만 일삼는 후진적 습성을 버리지 않는 한 과거의 비극이 또 재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선진국들은 불쾌한 역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해법을 찾는다.

특히 아우슈비츠 같은 치욕의 사적을 보존하고 전시해 후대에 길이 반성할 계기로 삼는다.

과거 우리가 조선총독부 건물로 쓰였던 중앙청을 폭파 해체할 당시 선진국에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우리끼리 분노하거나 좋아한다고 역사나 국제 정세는 바뀌지 않는다.

저자는 실패의 기록과 회한의 흔적도 우리 역사인 만큼 과거 경고를 무시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책에서 뼈아픈 역사를 거듭 겪고도 반성하거나 변화하지 않고 다시 비극을 부르는 원인에 대한 답을 진지하게 탐구한다.

"진실을 외면한 '정신승리'는 비극을 반복한다"
특히 왜 우리가 우월하다고 여겼던 일본에 16세기부터 뒤처져 내내 침략당하고 끝내 국권까지 빼앗겼는지를 '정신 승리'가 아닌 '팩트'를 바탕으로 분석한다.

특히 임진왜란의 상처를 기록한 '징비록'을 서애 류성룡이 쓰던 심정으로 이 책을 펴냈다고 한다.

저자가 주목한 지점은 '1543년'이다.

이때 유럽은 코페르니쿠스 지동설이 공인돼 대항해 시대를 맞는다.

그 결과로 일본에 철포가 전래하고 이는 일본 정부의 노력과 자금력을 통해 조총으로 개량된다.

전쟁은 '신무기'를 지닌 쪽이 이긴다는 건 이제 삼척동자도 아는 얘기다.

하지만 같은 해 조선은 성리학 사원을 설립하며 쇄국과 중화 사대주의를 심화했다.

친중반일 코드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상공업이 어떻게 천대받고 과학은 어떻게 쇠퇴했는지 파헤친다.

조선이 폐기한 은 제련술이 일본에선 군사력 발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조선 천민이었던 도공이 일본에 건너가 어떻게 문화 역량을 전파하고 사무라이로 거듭나는지, 세종시대 과학기술과 무기 체계는 어떻게 사라졌는지 등을 짚어본다.

세상 모든 일은 우연이 아니다.

비극의 악순환은 그것을 끊임없이 스스로 부르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