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원 동해안에 무허가 숙박업소가 난립하면서 안전관리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숙박업계에 따르면 강릉 등 해안가에 무허가 숙박업소가 우후죽순 격으로 생기고 있지만, 실질적인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강릉 등 동해안 곳곳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건축 붐이 일면서 대거 건립됐으나 미분양된 아파트나 다가구 주택 등을 중심으로 일부가 공유 숙박으로 이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다가 코앞에 보이는 곳에 세워진 강릉의 한 아파트는 200여세대를 무허가 숙박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인근의 다세대 주택도 숙박 영업 허가 없이 15∼20칸의 방에서 무허가 영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식으로 사업자 등록을 받지 않은 이들 업체는 관계기관의 관리 대상이 아니어서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무허가 숙박업소가 영업을 할 수 있는 것은 국내외 숙박 공유 사이트를 통해 광고하고 손님을 모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무허가 숙박업체가 숙박 공유 사이트에 광고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별다른 장치가 없어 이용자들은 숙박업 허가를 받은 곳과 아닌 곳을 사실상 구별할 방법이 없다.
무허가 숙박업소가 난립하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자칫 지난해 12월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마친 고3 학생 10명이 일산화탄소 누출로 생명을 잃거나 크게 다친 것과 비슷한 안전사고가 관리 사각지대에서 터질까 우려하고 있다.
사고가 났던 숙박업소는 지자체의 관리·감독하에 있었는데도 사고가 발생했던 상황을 고려하면 숙박업소가 갖춰야 할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무허가 업소에서는 언제라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공유 숙박이라는 개념이 법령으로 정비돼 있지 않은 점도 무허가 숙박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숙박 공유 사이트를 통해 숙소를 구하는 이용객들은 국내 무허가 숙박업소도 외국의 공유 숙박과 비슷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특히 아파트 등은 우리나라에서는 숙박업소로 절대 허가가 나지 않아 불법인데도 공유 숙박이어서 문제가 별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
숙박업계는 무허가 업소들이 숙박 공유 사이트를 통해 불법 영업하는 것은 동해안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인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무허가 업소들의 불법 영업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무허가 업체는 숙박 공유 사이트를 통해 고객을 모집할 수 없도록 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유 숙박을 허용하는 외국에서도 최근에는 영업신고증을 받은 업소만 숙박 공유 사이트를 통해 고객을 유치하도록 하는 추세다.
숙박업계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지자체 차원의 단속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관계기관 합동 단속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숙박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고객이 숙박 사이트를 통해 예약할 때 무허가 업체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만큼 허가를 받은 곳만 숙박 공유 사이트를 통해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지자체의 단속 인원 1∼2명으로는 단속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경찰, 소방 등과 합동 단속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지자체도 무허가 숙박업소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물증을 확보하는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허가 숙박업소를 신고하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고발할 수 있지만, 해당 숙박업체를 이용하는 당사자로부터 물증을 확보하는 것부터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
대부분의 이용자는 "영업주하고 이야기하라"며 진술을 꺼려 법적 조치를 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게 일선 공무원들의 하소연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두 달 동안 강릉에서는 합동 단속반을 꾸려 대대적으로 단속에 나섰는데도 적발 건수는 7건에 그쳤다.
강릉시 관계자는 "고객의 안전을 생각하면 무허가 숙박업소도 영업 신고를 하고 관리를 받는 게 맞지만, 현실에서는 별다른 영업기준이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면서 "숙박 허가를 받은 업체만 공유 숙박 사이트를 통해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법이 정비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강릉 펜션 참사를 계기로 농어촌 민박 신고 요건을 강화하는 법안이 최근 발의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은 지난달 농어촌 민박 사업자의 안전 점검과 로고 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농어촌정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안전점검 등을 통과한 농어촌 민박업소만 로고를 부착해 소비자가 안전에 문제가 없는 숙박업소인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핵심이어서 법안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