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요구 '공사방해' 집회 등 곳곳 마찰…"외국인노동자가 일자리 잠식"
공사방해 등 불합리한 관행 근절협약 이후에도 문제 해결 안 돼
노사정 협약도 맺었지만…'일자리 쟁탈' 건설현장 갈등 여전(종합)
건설현장 일자리를 둘러싼 노조-업체, 노-노 간 갈등을 줄이고자 노사정이 협약까지 했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공사 방해 성격의 집회 등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전 5시30분께 경기도 고양시 한 오피스텔 신축 공사현장 앞에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조합원 150여명이 방송차 15대를 끌고 나타나 입구를 막아섰다.

이들은 "민주노총 조합원을 고용한 만큼 한국노총도 고용해달라"고 요구하며 공사장에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현장에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 35명과 비노조원 60여명이 고용돼 지난 5월 중순부터 일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하기로 돼 있던 작업자들은 입구가 막힌 모습을 보고 집으로 돌아갔다.

화물차 등 장비도 집회가 끝나기를 마냥 기다릴 수 없자 돌아갔다.

지난 6월 17일 국토교통부는 양대노총 건설노조 및 종합·전문건설협회와 '건설산업 상생과 공정한 노사문화 정착을 위한 노사정 협력 약정서'에 합의하고 서명식을 했다.

이들 3자는 협약에 따라 공사 방해 등 건설현장의 불합리한 관행 근절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그러나 공사를 막고 노조원 고용을 요구하는 집회는 여전히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광주 북구의 한 건설현장에서도 지난 19일 오전 5시30분부터 민주노총 건설노조 광주·전남지부 사무국장 이모(39)씨가 "불법체류자 등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지 말고 지역민을 우선 고용하라"며 타워크레인을 점거해 공사가 마비됐다.

이같은 현상은 건설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 고용 증가로 내국인 건설노동자 일자리가 잠식되면서 노조가 위기감을 느낀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노총 건설노조 관계자는 "근본 원인은 일자리 문제인데, 외국인 노동자가 잠식하면서 부족해진 일자리를 두고 노사 간 다툼이 일어나고 있다"며 "지난 6월 노사정 협약 이후 사측과 정부가 외국인 채용을 합법적으로 더 늘릴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갈등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이런 집회를 '공사 방해'라고 하지만 우리는 외국인을 쓰더라도 고용 절차를 지켜 합법적으로 하라는 취지"라며 "다만 일부 현장에선 노조원들도 하루하루 고용이 달린 일용직 노동자다 보니 외국인 노동자를 몰아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같은 건설현장 일자리 문제는 내국인 간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그동안 노조가 자리를 요구하지 않았던 무인타워크레인 분야에서도 이런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 7월 8일 오전 6시30분께 서울 은평구의 한 오피스텔 신축 공사현장에 한국노총 타워크레인 노조원 7명이 나와 방송차 1대를 입구에 세우고 공사 종료시간인 오후 5시까지 차량 등 장비 진입을 막았다.

집회 명목은 공사장에 있는 무인타워크레인 1대에 한국노총 조합원을 고용하라는 것이었다.

이 장비에는 이미 무인타워크레인 자격증이 있는 비노조원 기사 3명이 고용된 상태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사 규모가 작은 곳은 무인타워크레인으로 작업해 노조의 공사 방해 등을 피해 갔지만 최근에는 무인타워크레인까지 자리를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신고나 고소를 하면 현장에 더 차질이 생겨 할 수 없이 이들에게 돈을 주거나 고용 요구를 들어주게 된다"고 했다.

건설현장의 이같은 불공정 관행을 신고받고자 건설협회와 노조에 갈등해소센터를 만들었지만 제 기능을 못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노사정 협약 체결과 채용절차법 시행에도 일부 현장에서는 노조의 고용요구 등이 지속되고 있다"며 지난 20일 노사정 협의회를 열고 협약 이행과 갈등해소센터 운영 현황 등을 중간점검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양대노조는 본부 차원에서 각 지역본부에 노사정 협의사항을 재전파하고, 노조가 사측에 채용을 강요하지 않는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기로 했다"며 "건설사업자들은 원만한 노사관계를 위한 노동법 준수, 외국인 불법 고용 금지 등을 교육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노사정 협약도 맺었지만…'일자리 쟁탈' 건설현장 갈등 여전(종합)
한편, 굴착기·덤프트럭 등 건설 기계 27개 업종 개별 사업자로 구성된 '건설기계개별연명사업자협의회'는 이날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건설 현장의 각종 적폐를 청산해달라"고 촉구했다.

협의회는 "건설사의 갑질 횡포, 일부 노동단체 소속 건설기계의 불공정 행위 등 모든 적폐를 청산하고 사업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며 "불법, 부당 행위가 일상화된 건설기계 임대시장을 개선해달라"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건설기계 제작사의 판매 담합 등 불공정 행위 근절, 현장 업무를 방해하는 노동단체의 불법행위 근절, 임대료 체불센터 및 불법행위 예방센터 구성·운영 등 10대 요구안을 청와대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협의회는 26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건설기계인 결의대회도 열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