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용균씨 동료들 "김씨 사망 후에도 작업 현장 개선 안 이뤄져" 어머니 김미숙씨 "'김용균 재단' 출범해 불의에 맞서 싸울 것"
지난해 12월 11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고(故) 김용균(당시 24세) 씨의 사망 사고 이후 62일간 진행된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의 활동을 엮은 책이 발간됐다.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준비위원회는 24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다리소극장에서 '김용균이라는 빛' 북 콘서트를 열었다.
북 콘서트는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소설가 김훈 씨가 자신이 쓴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에 부쳐'라는 제목의 글을 낭독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김씨는 "이 자리에 오면서 '우리는 왜 변하지를 못하나, 죽은 자리에서 거듭 죽고 왜 넘어진 바로 그 자리에서 거듭 넘어지면서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도대체 변하지 못하는 것인가' 하는 답답한 생각이 들었다"며 "'김용균의 빛'을 공유함으로써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집회를 이끌었던 노조 등 관계자들이 발언자로 나서 뒷이야기를 전했다.
안재범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김씨의 사고 다음날 '회사는 아무 지시도 하지 않았고 (김씨가) 가지 말라고 한 곳을 갔다'고 기사가 났다"며 "노동부를 찾아가서 우리가 직접 사고조사를 하겠다고 하고 현장에 가보니 사고 당시 상황이 기록된 서류가 반출되려 하는 등 은폐 흔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백승호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선전국장은 "유족이 투쟁한 62일 중 59일을 함께 동행하며 1만 1천km를 주행했다"며 "김용균 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억울한 죽음의 원인이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 '혼자 싸우면 안된다'는 확신이 섰던 것 같았다"고 했다.
김씨 사고 이틀 후부터 범국민추모제를 이끌었던 이사라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네트워크 집행위원은 "대책위원회도 없고 노조에서 조직적으로 준비하지도 않았는데 첫 추모제에 시민 300여명이 모였다"며 "모든 집회와 행진 현장마다 다른 집회와 다르게 시민들의 참여율이 높았다"고 말했다.
김씨의 직장 동료들은 사고 이후에도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작업 현장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장근만 씨는 "사측이 노동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의 50%를 떼어먹었다는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 지금까지 임금이 오르지 않았다"며 "용균이가 사고를 당한 곳이 석탄이 많이 떨어지는 곳이라 물청소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사고 전부터 요청해왔는데 아직도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영 씨는 "저는 제어실에서 기계를 작동해 석탄을 컨베이어 벨트에 올리는 일을 하고 있다"며 "카메라로 보면서 작업해야 하는데 사측에서 노동자들과 상의도 없이 카메라를 교체해준다며 다 꺼버려 눈으로 보지 못 하고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성애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진상규명팀장(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은 "오는 28일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청와대 앞에 모여 정부에 특별조사위원회의 권고안 이행과 직접고용, 사측이 떼어간 임금을 줄 것을 요구하는 집회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흥희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집행위원장은 "비정규직이 없고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죽거나 다치지 않는 나라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이달 27일을 시작으로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벌일 계획"이라고 했다.
김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마지막 발언자로 나서 "많은 분들 덕분에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조금이라도 풀 수 있었다"며 "오는 10월 26일 노동자와 산재 피해 가족들이 불의에 맞서 싸우기 위해 함께 만든 사단법인 '김용균 재단'을 출범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