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통사와 혈사로 읽는 한국 현대사' 펴내

올해는 3·1혁명이 일어난 지 꼭 100주년이 되는 해다.

근대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전근대에서 곧장 일제 식민 체제로 전락한 우리나라는 3·1혁명을 통해 낡은 전근대의 군주 체제와 외세 지배 질서를 동시에 거부하는 '이중 혁명'을 이뤄냈다.

현대사의 기점인 3·1혁명은 반식민·반봉건 체제를 거부한 민족사적 대전환이었다.

독립운동사와 친일반민족사 연구가로 역사·언론 바로잡기와 민주화·통일운동에 큰 관심을 두고 활동하는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이 '통사와 혈사로 읽는 한국 현대사'를 집필해 지난 100년 역사 속의 100가지 사건을 통해 대한민국 현대사를 돌아본다.

그리고 향후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한다.

저자는 임시정부 대통령을 지낸 백암 박은식의 통사(痛史)와 혈사(血史)의 틀을 빌려 우리 현대사를 정리해냈다.

백암은 3·1혁명을 중심으로 1884년 갑신정변부터 1920년의 봉오동 대첩과 청산리 대첩 등 독립군 전투까지 일제 침략에 저항한 독립투쟁사를 담은 '한국독립운동지혈사'를 1920년 당시 망명지였던 중국 상하이에서 간행한 바 있다.

'아플 통(痛)' 자를 써서 민족의 아픈 역사를 통사로 엮은 것이다.

경술국치 이후 우리 민족의 독립운동은 그야말로 '혈사'였다.

친일 매국노들은 호의호식했지만 독립운동가들은 목숨을 내걸고 일제와 싸웠고, 국민들은 죽지 못해 살았다.

마침내 1945년 8·15 해방을 맞았으나 민족적 비운은 계속됐다.

자력으로 쟁취하지 못한 해방은 분단으로 이어졌고, 6·25 동족상쟁과 이승만 독재, 4·19혁명, 박정희의 군사쿠데타가 뒤따랐다.

국민들의 고초와 반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유신독재와 민주화, 전두환 신군부 등장과 광주민주화운동, 5공 폭압과 6월 항쟁, 경제 성장과 빈부 양극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와 특권층 거대화, 국정농단과 촛불시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이 숨가쁘게 전개됐다.

이번 책은 이들 사건을 단순 나열하는 게 아니라 그 배경과 의미를 면밀히 분석해 역사의 거울로 삼고자 한다.

저자는 "다른 나라의 경우 1천 년에 겪을 사건·사태를 우리는 지난 100년에 모두 겪었다.

그만큼 국민의 고초가 심했고, 환희의 순간은 짧았다"며 "그 100년 동안 독립운동, 민주화운동은 을(乙)들이 하고, 갑질은 친일파와 독재 세력이 독점했다"고 안타까워한다.

"한국 사회는 외형적으로는 대단히 다이내믹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도 거대한 '빙산'은 꿈쩍도 하지 않는 대단히 정체된 사회다.

족벌언론, 거대 교회, 검경과 정보기관, 재벌 구조, 사법부, 극우 단체 등 '빙산'은 여전히 건재하고, 정부, 여당의 실책 '한 방'을 노리고 있다.

미래 세대가 더 이상 '아픈 역사', '피 흘리며 싸우는 역사'를 경험하지 않기를, 평화롭고 자주적이며 민주와 공화주의가 실현되는 나라가 되기를 바라며 이 책을 썼다.

"
현재 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공동대표 등을 맡고 있는 저자는 독립운동가와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인물의 평전 등 다양한 저서를 그동안 집필해왔는데, 올해만도 '3·1 혁명과 임시정부', '장일순 평전', '의열지사 박재혁 평전', '의열단, 항일의 불꽃'을 잇달아 출간했다.

인문서원. 520쪽. 2만3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