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3일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인사와 행정 등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인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검찰이 강제수사를 진행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이날 조 장관이 출근한 뒤인 오전 9시께 서울 방배동 조 장관 집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PC 하드디스크와 업무 관련 서류를 압수했다. 이날 압수수색은 자택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는 이례적으로 11시간가량 이어져 오후 7시55분께 종료됐다.지난달부터 조 장관 일가와 주변을 수사해 온 검찰은 이번엔 조 장관 부부와 자녀들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조 장관 자택뿐만 아니라 아주대·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과 연세대 대학원, 이화여대 입학처 등 조 장관의 아들과 딸이 지원했던 학교 네 곳도 압수수색해 입시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법조계에서는 조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서 맴돌던 검찰의 칼끝이 조 장관을 겨눴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조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일하면서 정당한 사유 없이 보유해서는 안 되는 주식을 사모펀드 형식으로 갖고 있었다는 의혹으로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딸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활동증명서 허위 발급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거나, 여러 의혹을 감추려고 증거인멸에 가담했다는 정황 등도 제기되고 있다.조 장관은 이날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강제수사를 경험한 국민들의 심정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면서도 “마음을 다잡고 검찰 개혁과 법무부 혁신 등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박종서/이인혁 기자 cosmos@hankyung.com
검찰이 23일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조국 사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치권에선 조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구속 여부가 ‘조국 사퇴’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일각에서는 조 장관이 사퇴하지 않고 버티다가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법안의 다음달 국회 기습 상정을 노린 뒤 물러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대외적으로는 “아직 조 장관 의혹에 대한 진실이 밝혀진 게 없다”며 검찰의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에 관한 공식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지도부 차원의 내부 단속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일각에서는 조 장관의 거취를 놓고 동요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한 비주류 의원은 “부인이 기소된 상태에서도 조 장관이 사법개혁을 꾀하기 힘든데 구속 상태에선 더더욱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정 교수 구속 이후에도 조 장관 지키기에 나선다면 여론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정의당 관계자는 “기소나 구속영장 청구 사유를 살펴봐야겠지만 위법 사항이 나오면 결단을 촉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지난 21일 “검찰 수사를 주목하고 있다”고 밝혀 수사 내용에 따라 조 장관 사퇴를 요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정치권 한 인사는 “수사권 조정 법안 처리는 정의당 지역구에 대한 민주당 무공천, 약체공천 가능성 등의 변수로 예측할 수 없는 시간에 기습적으로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김소현/안대규 기자 alpha@hankyung.com
윤석열 총장 체제의 검찰이 ‘자택 압수수색’으로 조국 법무부 장관을 본격적으로 겨누기 시작했다. 지난 한 달간 조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사모펀드 관계자 등 주변 인물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한 검찰이 ‘수사의 종착지점’인 조 장관에 대한 강제 수사에 들어간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심각한 범죄가 아니면 보통 자택 압수수색에 대한 법원 영장이 나오기 힘들다”며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한 것은 그만큼 조 장관 부부의 범죄 혐의가 상당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순방 시기에 맞춰 마지막 점검차 나온 압수수색으로 수사가 이미 9부 능선을 넘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曺·韓검찰은 23일 조 장관 자녀가 입학 원서를 제출한 아주대·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과 연세대 대학원 교학팀, 이화여대 입학처 등을 압수수색했다. 지원 과정에서 위조 의혹을 받고 있는 인턴증명서가 활용됐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특히 조 장관의 딸과 아들이 각각 고등학교에 다녔던 2009년과 2013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 증명서를 발급받은 과정에 조 장관이 개입했는지 조사하고 있다.검찰은 조 장관 딸 조모씨의 한영외고 유학반 동기로부터 2009년 당시 조씨가 받은 인턴활동증명서가 허위일 가능성도 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명서 발급 당시 공익인권법센터장은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이었고 이후 2015~2016년 조 장관이 센터장을 맡았다.검찰은 조 장관의 ‘멘토’로 불리는 한 원장이 조 장관 자녀에게 특혜를 준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조 장관은 서울대 법대 은사이자 동향(부산)인 한 원장과 20년 이상 끈끈한 관계를 이어왔다. 2017년 5월 조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이 되자 한 원장은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장이 됐고, 지난해 6월 형사정책연구원장으로 임명됐다.한 원장은 지난 20일 검찰 소환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는 조 장관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센터에서 근무했던 법조계 한 관계자는 “허위 발급 사실이 확인되면 한 원장과 조 장관 두 명 중 한 명이 책임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만약 조 장관이나 한 원장이 이번 사건에 개입된 게 증명되면 ‘공문서 위조행사’ ‘공문서 위조행사 방조’ ‘사문서 위조’ ‘업무방해’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공문서 위조는 공소시효가 7년이라 이미 지났지만, 당시 위조된 서류가 실제 행사된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적용이 가능하다.조 장관은 23일 자신이 직접 딸의 인턴증명서를 발급했다거나 자신이 증명서를 위조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정말 악의적”이라며 정상적으로 발급받았다고 해명했다.검찰 1차, 2차 나눠 기소할 듯검찰 수사가 한 달째에 접어들면서 대부분 혐의의 실체 규명은 마무리 단계라는 분석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다음달 초순께 사건 관계자들을 1차 기소한 뒤 나머지 의혹에 대해선 추가로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즉 수사의 본류에 해당하는 사모펀드 의혹이나 딸 입시와 관련해 조 장관, 정 교수, 조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 씨 등에 대해선 공직자윤리법 위반, 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증거인멸 혐의 등으로 다음달 초순 1차 기소할 것이란 관측이다. 조 장관의 측근인 윤모 총경 등 ‘버닝썬 사건’ 관련자들의 사모펀드 연루 의혹과 관련해선 추가 수사 후 기소할 것이란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모펀드와 관련된 조 장관의 의혹은 사건 내용이 상당히 방대하기 때문에 다음달까지도 계속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정 교수는 조 장관 일가 사모펀드의 설립부터 운용까지 관여한 ‘실소유주’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정 교수는 조범동 씨와 공모해 사모펀드 자금 1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횡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조 장관이 이 같은 과정을 몰랐을 리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조 장관 일가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금융계좌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는데, 이때 조 장관 이름이 피의자로 가장 먼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영장은 법원에 의해 기각된 것으로 전해졌다.한편 조 장관은 이날 검찰개혁을 위해 법무부 홈페이지에 ‘국민제안’ 메뉴를 설치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25일 대전지검 천안지청에서 2차 ‘검사와의 대화’를 열겠다고 밝혔다.안대규/이인혁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