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석유시설 피습으로 일일 산유량 절반 가량이 깎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생산량 원상복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석유시설 장비제조업체와 원유업계 전문가들은 석유시설 복구에 길면 1년 가량이 걸릴 것으로 입을 모은다.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는 당초 생산량 완전 회복까지 최장 10주가 걸릴 것이라고 공언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 관료와 석유시설 설비업체 관계자 등을 인용해 아람코 석유시설 완전 복구까지는 최장 1년 가량이 소요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들 소식통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각종 장비 제조업체와 수리 하청업체 등에 웃돈까지 제시하며 빠른 복구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아람코 임원과 이사회 이사들은 아람코의 당초 계획보다 복구 기간이 더 오래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부품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공격으로 아브카이크 단지 내 탈황탑 절반 가량이 피해를 입었다. 안정화설비는 18개 중 5개가 가동 불능 상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에 피습된 시설 부품 중엔 따로 주문해 특수 설계·제작을 거쳐야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아브카이크 단지 근무 경력이 있는 엔지니어는 최근 FT에 “피해를 입은 시설은 설비 시장에서 곧바로 구할 수 없는 특수 부품이 복잡하게 얽혀있다”며 “아람코가 아무리 막대한 돈을 투입한대도 복구에 상당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의 한 관료는 WSJ에 “아람코는 여전히 부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상황이 생각보다 희망적이지 않다”고 털어놨다. 2016년까지 아람코 고문을 지낸 필립 코넬 아틀란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블룸버그통신에 “탈황시설 부품 확보에만 몇 주에서 몇 달까지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부품을 확보해도 복구까지는 수 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워낙 대형시설인데다 공정이 복잡해서다. WSJ는 사우디 관료와 석유업계 관계자를 각각 인용해 “하청업체에 따라 일부 부품은 제조·운송·설치까지 최장 1년이 걸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최근 FT에 “탈황시설은 정기 보수작업에만 통상 석 달 가량을 쓴다”며 “부품을 교체할 정도로 시설이 훼손됐다면 기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도 보고서에서 “아람코가 예비용 부품을 이미 갖고 있다 해도 시설 복구까지는 2~9개월 가량 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람코 측은 이달 말까지 산유량을 회복하겠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파하드 압둘카림 아람코 남부석유시설 책임자는 피습 석유시설 두 곳 중 하나인 쿠라이스 유전을 이달 말 안에 재가동한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지난 21일엔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가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가동 중단한 석유시설을 이달 내 복구해 가동할 것”이라며 “지금껏 원유 수출에도 전혀 차질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주요 외신들의 분석은 정 반대다. 뉴욕타임스는 “원유업계 전문가들은 아람코가 주장한 시일 내에 원유 생산량이 회복되려면 기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며 “사우디가 이달 내 산유량을 정상 수준으로 올릴 수 없다는 의심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이번 석유시설 복구가 길어지면서 아람코 기업공개(IPO)는 물론 사우디 국가경제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보는 사우디 관료들이 늘고 있다”고 썼다.

사우디 아람코 석유시설은 지난 14일 피습됐다. 단일 시설로 세계 최대 규모인 아브카이크 석유단지, 사우디 제2 유전인 쿠라이스 유전 등이다. 사우디는 이번 피격으로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이 570만 배럴 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사우디 일일 산유량의 절반이자 세계 일일 산유량의 약 6% 수준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