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과 조력자 1천100명 부산서 대회 열어
"이해 못 하잖아…발달장애인이라고 회의·회식 배제해 낙담"
"아침 회의 때 저희를 끼워주지 않았습니다.

이유를 여쭤보았더니 '너희가 이해하기 힘들다'는 말을 했습니다.

"
인천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인 A씨는 1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제7회 한국피플퍼스트대회'에서 발달장애인으로서 겪었던 차별에 대해 털어놨다.

피플퍼스트 대회는 '장애인이기 전에 사람이고 싶다'는 의미를 지닌 대회다.

명칭은 1974년 미국 오리건주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권리 주장대회에 참석한 발달장애인이 '나는 사람으로 먼저 알려지길 원한다'고 한 발언에서 유래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매년 전국을 순회하며 열리고 있다.

A씨는 요양보호사 보조 일자리를 하면서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이 계시면 항상 달려가고, 어르신들과 목욕을 같이하기도 하는 등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지만 정작 직장에서는 발달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냉대를 당했다.

그는 "저희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회의 시간이나 회식 자리에도 끼워주지 않고 일찍 집에 가야 했다"면서 "그럴 때마다 마음이 힘들고 화가 나는 걸 느껴야 했고, 일하지 말아야 하나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해 못 하잖아…발달장애인이라고 회의·회식 배제해 낙담"
A씨는 바리스타로 일할 때 커피가 쓰다는 이유로 사장에게 자신을 해고하라고 소리치는 손님을 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A씨는 "비장애인은 10명 중 6명이 일하고, 장애인은 10명 중 3명이 일하지만 발달장애인은 10명 중 1~2명만 일을 한다"면서 "가장 힘든 점은 동료가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이해해줄 동료가 늘어야 일자리가 늘어난다.

저희도 잘할 수 있고, 일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발표자로 나선 부산 피플퍼스트 소속 B씨는 '모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부산이 되었으면 좋겠다'를 주제로 말했다.

B씨는 "가게에 경사로가 없어서 억지로 계단을 걸어가야 하는데 밥을 먹기도 전에 힘들어한다"면서 "여름 캠프를 가더라도 공원이나 물놀이장에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어 비장애인처럼 평등하게 즐기지 못한다"고 말했다.

B씨는 "지역사회 곳곳에 발달장애인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그림을 넣은 안내판을 설치하고 설명을 해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며 "발달장애인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관광지도, 도서관 시설을 만들고, 발달장애인을 전담으로 도움 주는 상담사가 부산시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달장애인 '연애'에 대해 발표한 C씨는 "사람들은 제가 연애를 할 때 진도를 어디까지 나갔는지, 데이트 코스는 어떤 장소에 가는지 묻고 신기해하며 발달장애인의 연애를 궁금해한다"면서 "연애하는 것은 사생활이기 때문에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이해 못 하잖아…발달장애인이라고 회의·회식 배제해 낙담"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언론에 보도된 한 장애인 시설 출신이라는 D씨는 "시설에서는 말을 안 듣는 장애인들에게 벌을 주려고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면서 "저는 말을 잘 들어 정신병원 입원을 하지 않았지만, 대신 정신병원에서 청소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정신병원에 있는 사람 기저귀를 갈아주고, 화장실 청소를 하고, 거미줄을 없애는 일도 했지만 돈을 주지는 않았다.

매일 힘들었다.

저만 보면 일을 하라고 말했다"면서 "부산시는 발달장애인의 요구를 듣고 장애인 인권을 위해 제대로 조사하고 처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