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5명 유골 발견된 와룡산서 추모…대구경찰 "미제수사팀 보강"
유족들 "화성 연쇄살인 사건처럼 미제에서 벗어날 수 있길 희망"
민갑룡 경찰청장 "대구 개구리소년 사건 원점에서 재수사"
화성 연쇄살인 사건 유력 용의자를 밝혀낸 경찰이 30년 가까이 미제로 남아있는 '대구 개구리소년 사건' 실체 규명에도 의지를 나타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20일 개구리소년 사건 발생 장소인 대구 달서구 와룡산을 찾아 "유족 등에게 사건을 원점에서 재수사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모든 첨단 과학기술을 동원해 유류품을 재검증해 조그마한 단서라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인 사항은 곤란하지만 나름 여러 가지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국적으로 산재한 각종 미제사건에 대해서도 "범죄 가능성이 뚜렷한 모든 사건에 역량을 투입해 전면적으로 재수사 하겠다"고 했다.

민 청장은 이날 경찰청장으로는 처음으로 개구리소년 사건 현장을 찾아 수사 경과를 듣고 유족 등과 함께 소년들을 추모했다.

그는 "한스러운 삶을 살고 계시는 유족들을 뵈니 마음이 무겁다"며 "큰 책임감을 갖고 하루 빨리 범인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갑룡 경찰청장 "대구 개구리소년 사건 원점에서 재수사"
개구리소년 사건은 1991년 3월 26일 오전 대구 달서구 와룡산에 도롱뇽알을 잡으러 간 9∼13세 소년 5명이 실종되면서 시작됐다.

경찰 등은 소년들이 마지막으로 간 와룡산 일대를 중심으로 연인원 32만여명을 투입해 수색을 벌였으나 흔적조차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10여년이 지난 2002년 9월 26일 와룡산 4부 능선에서 실종 소년 5명의 유골이 발견됐다.

실종 소년들이 살았던 마을에서 약 3.5㎞ 떨어진 곳이다.

유골 감식·부검 결과 두개골 손상 등 흔적이 발견돼 타살로 추정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용의자 관련 제보만 경찰에 1천500건 이상 접수됐다.

그러나 모두 허탕이었고 지금까지도 실종·사망 경위 규명은 해결하지 못한 숙제로 남아있다.

이 사건 공소시효는 2006년 3월 25일로 만료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경찰은 사건을 종결 처리하지 않은 채 수사를 이어오다가 2015년 12월 내사 중지 상태로 전환했다.

지난 4월부터는 대구지방경찰청 미제사건 수사팀이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 기록 재검토, 첩보 수집 등을 하고 있다.

송민헌 대구지방경찰청장은 "미제사건 수사팀 보강을 위해 책임수사관 직급 상향 등 모든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증거품도 원점에서 다시 보겠다"고 밝혔다.

㈔전국미아 실종 가족찾기 시민 모임과 유족들은 매년 실종일인 3월 26일에 유골이 발견된 현장에서 추모제를 열고 있다.

이 단체와 유족들은 수년 동안 개구리소년들을 위한 추모 시설 건립과 진상규명위원회 설치, 유족 심리 치료 등을 대구시와 경찰에 요청했으나 별 성과가 없는 상태다.

유족들은 "공소시효와 상관 없이 아이들 원혼을 달래주려면 범인을 검거해야 한다"며 "화성 연쇄살인 사건처럼 우리 아이들 사건도 미제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