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오브라이언 신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8일(현지시간) 취임 일성으로 “힘을 통한 평화”를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북정책에서도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기본 틀은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협상가’로 알려진 만큼 유연성이 발휘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오브라이언 신임 보좌관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캘리포니아 방문을 수행한 자리에서 “우리는 힘을 통한 또 다른 1년 반의 평화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국익을 우선시하는 기존 외교정책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다만 이념적인 데다 외교정책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내온 존 볼턴 전 보좌관에 비해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협상에 중점을 두는 인물로 평가돼 대북정책을 포함한 미국의 외교에 유연함이 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한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해외 인질문제를 주로 다뤄온 협상 전문가다. 그는 18개월 동안 예멘에 납치돼 억류됐던 대니 버치를 구출해내는 작전을 지난 2월 성공해내며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매우 환상적인 일을 했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폼페이오 사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협상파인 오브라이언 보좌관의 취임으로 이르면 이달 말 열리는 미·북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에 변화가 생길지도 관심이다. 전임자인 볼턴 보좌관이 북한의 선(先) 비핵화를 요구하는 ‘리비아 모델’을 고수하다 경질된 만큼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이보다 유연한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의 호흡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외교 철학이 뚜렷한 인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폼페이오 장관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외교정책을 충실히 수행할 실무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그가 조만간 시작되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에 거액의 ‘동맹 청구서’를 내미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가 과거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해군 강화 등을 강조한 만큼 호르무즈해협의 한국군 파병 등과 관련해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있다.

한편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날 미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한·일 갈등 해소에 상당한 시간을 들여 적극 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일 관계 복원 방법에 관해선 “우리는 문제의 긍정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계속 협력하고 양국을 독려할 것”이라고 했다.

임락근 기자/워싱턴=주용석 특파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