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서울 도심 지점에서 근무하는 직원 A씨는 지난 16일 점심을 건너뛰었다. 이날부터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신청이 시작되면서 이 지점에만 100여 명이 한꺼번에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A씨는 “억지를 부리는 고객이 적지 않아 대응하는 데 진땀을 뺐다”고 털어놨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은행 창구와 콜센터가 연일 북적이고 있다. 온라인 신청을 받는 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 서버 속도가 느려 대기자 수가 수만 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세부 내용을 문의하는 고객도 많지만 “내 대출금리는 왜 깎아주지 않느냐”는 항의도 눈에 띄게 늘었다는 후문이다.

안심전환대출 대상이 아닌데 적용해달라고 요청하는 사례가 가장 많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고객의 대출 금리를 연 1.85~2.2%대의 낮은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상품이다. 한 은행 지점장은 “신용대출이나 전세대출을 받은 고객까지 대출전환을 해달라며 창구에 몰리고 있다”며 “신규 대출을 받으면서 안심전환대출 금리에 맞춰달라고 요구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연 3~4%대 고정금리로 대출받은 고객이 “왜 전환대출도 되지 않는 대출을 해줬느냐”고 항의하는 사례도 많다. 은행 콜센터에는 “내가 안심전환대출 대상인지 알아보고 연락을 해달라”는 막무가내식 요구도 쏟아지고 있다.

비교적 ‘이유있는 항변’도 있다. ‘내 집 마련 디딤돌 대출’ ‘보금자리론’ 등 주금공의 기존 고정금리 장기 대출을 받은 고객은 이번 전환대출 적용 대상이 아니다. 전환대출이 가능한 주택 유형에서 오피스텔도 제외됐다. 주택이 아니라 상가로 분류돼서다. 한 은행의 수도권 지점에 근무하는 B씨는 “이런 유형의 상당수는 전환이 가능한 줄 알았다가 은행에 와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라며 “정책적으로 불공평한 부분이 있는 것 같지만 은행으로선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