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퇴로 열어줘야" 발언 비판받자 다시 반박
리카싱, '자비=범죄용인' 中정법위 비판에 "관용은 법무시 아냐"
홍콩 최대 갑부인 리카싱(李嘉誠) 전 CK허치슨홀딩스 회장이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대에 "빠져나갈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고 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중국 당국이 비판하고 나서자 이에 '응수'했다.

14일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리 전 회장은 지난 8일 홍콩의 한 사찰 법회에서 "젊은이들은 대국적 관점에서 생각하기 바라며, 정부도 미래의 주인공에게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자 중국 사법·공안분야를 총괄하는 당 중앙정법위원회(중앙정법위)는 지난 12일 공식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을 통해 리 전 회장의 이 발언을 비판했다.

중앙정법위는 "범법자에 대해 자비를 베푸는 것은 범죄를 용인하는 것일 뿐"이라면서 "이는 홍콩을 위한 생각이 아니라, 홍콩이 심연으로 빠져들어 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정법위는 또 홍콩의 높은 주거비가 이번 시위의 배경 중 하나라고 지적하면서 오히려 부동산 개발업자인 리 전 회장이 홍콩인들에게 '빠져나갈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리 전 회장은 이후 성명을 통해 "수년간 부당한 비난에 익숙해졌다"며 중앙정법위의 비판이 부당하다고 지적한 뒤 자신의 발언이 잘못 이해된 데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관용이 (범죄에 대한) 방조나 법적 절차에 대한 무시를 뜻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자신은 어떠한 폭력에도 반대하고 모든 당사자가 갈등을 조장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시위대 모두의 양보를 촉구하는 리 전 회장의 이러한 행보는 시위대의 폭력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홍콩의 다른 재벌과 구별된다.

앞서 지난 달 리 전 회장이 낸 신문광고와 관련, 일각에선 광고문구의 끝글자를 모으면 '홍콩사태의 원인·결과는 중국에 있으니 홍콩의 자치를 용인하라'로 해석된다며 그가 은연중에 중국을 비판했다고 관측하기도 했다.

중국 광둥성 태생으로 12살 때 부모를 따라 홍콩에 온 리카싱은 1950년 청쿵 공업을 세운 후 항만, 통신, 소매, 부동산, 에너지 등 전방위로 사업을 확장해 아시아 최대 재벌 그룹 중 하나를 건설했다.

그는 지난 2011년부터는 중국 내 자산을 줄이고, 호주와 캐나다, 영국 등에서 새로운 투자를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 언론에서 본토 투자를 포기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비애국적 자본가'로 몰리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