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걸맞은 '혁신학교의 혁신모델' 발굴에 박차
교사 순환인사·법정수업 시수 등 기존 교육체제 넘어서야

10년 전 교육 개혁의 주체였던 경기 혁신학교가, 이제는 개혁의 대상이 된 것일까.

과거 교육계 화두가 획일적, 수직적, 일방적 수업 방식의 혁신이었다면, 인공지능과 로봇기술로 촉발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은 오늘날 교육계가 직면한 최대 고민은 '미래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시대 상황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만큼 10년 전 출범한 혁신학교의 모델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경기 혁신학교 10년] ③ 시대변화 맞춘 '혁신 시즌2' 절박
구순란 경기도교육청 학교정책과 장학관은 "경기 혁신학교 초기 모델은 그동안 하지 못한 걸 가능하게 하는 실험이었다.

즉 교육의 정상화였다"라며 "그다음 단계는 변화하는 시대를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이에 걸맞은 교육을 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문제의식에 착안해 경기도교육청은 대대적 조직개편을 통해 미래교육국을 신설하고 본격적인 연구와 논의, 정책 마련에 착수했다.

경기교육연구원의 '경기미래교육 기초연구(2018)'에 제시된 미래교육비전을 보면 혁신학교와 미래교육 간 간극을 어떻게 좁혀나가야 할지, 답을 유추해볼 수 있다.

연구보고서에선 '경기미래교육비전 2030' 추진을 위한 3가지 영역 8가지 범주의 과제를 제시했다.

그중에서도 ▲ 교육과정에 대한 인식과 체제 변화 ▲ 학교 민주주의 심화 ▲ 미래형 학제 개편을 강조하며 학생맞춤형 교육과정 운영, 학생맞춤형 교육콘텐츠 개발, 교육과정 적정화와 유연화, 학습자 주도 학습 활성화,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의 제도화 등을 연구 과제로 내놓았다.

구 장학관은 "'경기형 혁신학교'를 없애고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게 아니라, 혁신학교의 기본 정신과 더불어 존엄성, 주체성, 유연성 등 4차 산업시대에 갖춰야 할 주요 역량을 기르는 교육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도교육청은 이미 '혁신학교의 혁신모델'을 찾기 위한 두 번째 실험에 들어갔다.

희망하는 혁신학교 중 학년 구분을 없애거나 교과서 없이 가치중심 수업하기 등 학교 스스로 미래교육 수업방식을 찾아가 보도록 제안해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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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혁신학교와 미래교육의 접점을 찾아가기 위해선 공고하게 자리잡힌 기존 교육체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년 주기로 순환되는 교원인사시스템, 학년별, 교과목별 이수해야 할 법정수업시수에 얽매여야 한다거나, 대입을 앞둔 고등학교와 초·중 간 혁신학교 수업방식에 대한 온도 차 등은 대입체제의 근본적 변화나 초·중등교육법과 같은 법률 개정 없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경기 혁신학교 초창기 모델이었던 남한산초의 김우석 교장은 "오랜 시간 혁신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들의 공통된 문제의식은 5년 주기로 전보되는 인사제도"라며 "혁신학교 가치를 공유한 교사들이 인사로 학교를 떠나면 혁신학교는 '리셋'된다.

관리자, 학부모, 교사들의 노력과 정성으로 혁신 교육의 실천 경험과 교육과정을 축적했다 하더라도 그 사람들이 떠나면 유명무실해져 버린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장은 "혁신학교의 이후를 고민하는 지금 교육계에선 미래교육, 미래학교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지속가능한 인사체제를 구축하지 않는다면 혁신학교든, 미래교육이든 어려움일 클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경기 혁신학교가 강조한 '민주주의', '자율성'과 같은 기본 가치를 보다 공고히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안순억 경기교육연구원 연구사는 "혁신학교는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기본적으로 불공정, 불평등을 적극적으로 해소해가는 현실적 대안으로서 학교 체제가 되어야 한다"라며 "학교 자치를 통해 공동체 구성원들이 학교 고유의 가치를 지켜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