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
"한국, 日전철 밟을 가능성 낮지만 정책실기 땐 장기침체 우려"
한국이 버블붕괴를 겪은 일본을 뒤따라갈 가능성이 작지만 정책 실기가 반복될 경우 장기침체가 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이사는 10일 '일본 사례로 본 저성장의 의미' 보고서에서 "한국이 일본경제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만일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다면 일본이 겪는 여러 문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플라자합의에 엔고를 맞이한 일본과 달리 원/달러 환율은 안정적인 편이고, 주가가 단기간에 급락하지 않은 데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 덕에 한국은 장기불황의 늪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이 이사는 "지금처럼 경기 회복력이 약한 상황에서는 정책 실기가 장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며 "일본은 단기 미봉책만 반복하며 부동산 버블이 붕괴했고 침체를 겪었다"고 밝혔다.

일본은 1987년 엔고 불황을 막고자 기준금리를 전폭적으로 내렸고, 시중에 풀린 돈이 부동산으로 몰려 주택가격이 급등했다.

이에 경기과열을 막으려 1989년 소비세 3%를 도입했으며 1990년에는 금리를 다시 올렸다.

이후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떨어져 소비가 줄어들고 디플레이션이 나타났다.

이 이사는 "90년대 초 버블붕괴 후 일본경제는 약 30년에 걸쳐 장기 저성장을 겪었다"며 "디플레이션 탈출도 요원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장기 저성장으로 일본의 위상은 뚝 떨어졌다.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었던 일본은 중국에 자리를 내주며 3위로 밀려났고, 4위 독일과의 격차도 좁혀졌다.

국민 순자산도 1997년 3천586조엔(2008년 국민 계정 자료 기준)에서 2017년 3천384조엔으로 5.6% 줄어드는 등 국부도 축소했다.

생산성 개선 속도도 느려졌다.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1980∼1989년 1.5%에서 1990∼1999년과 2000∼2009년 각각 0.7%로 낮아졌다.

2010년 이후부터 2017년까지는 1.0%로 소폭 반등했으나 여전히 80년대 수준을 밑돌고 있다.

일본은 또 가계 재산소득 감소, 빈곤층 증가와 이에 따른 자살률 상승 등 사회적 문제를 겪었다.

이 이사는 "성장 잠재력 확충을 통해 장기 저성장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며 "정책 실기형 장기불황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보호무역주의 확산, 일본의 경제보복 등 대외 불확실성 극복은 물론 대내적으로도 약화하고 있는 경제 활력 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한국, 日전철 밟을 가능성 낮지만 정책실기 땐 장기침체 우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