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보은대추 한 달 뒤 본격 출하…제수용 풋대추 공급도 힘들어
늦장마·태풍 겹쳐 낙과 피해 우려…유통가서도 햇대추 '귀하신 몸'

"추석이 너무 이르다 보니 대목은커녕 집안 차례상에도 햇대추를 올리지 못할 것 같아요"
경북 경산과 더불어 국내 최대 대추 산지인 충북 보은에서 20년째 대추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 김홍래(58) 씨의 탄식이다.

[대추 산지 르포] "차롓상 올릴 풋대추도 없어"…사라진 추석 대목
만물이 무르익는다는 추석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추 전업농인 김씨에게는 남의 얘기다.

대추나무 1천450 그루가 빼곡히 들어선 그의 밭 1.8ha는 아직 한여름 같은 초록빛이다.

가지마다 대추가 주렁주렁 달렸지만, 붉은빛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가 없다.

'늦여름 추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올해 추석이 예년보다 열흘가량 이르다 보니 제수용 대추공급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최근 몇 년간 연속으로 추석이 대추 수확 시기를 앞섰지만, 추석을 전후해 한 해 유통량의 10% 가까이가 출하됐다.

그러나 올해는 평년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5일 밭에서 만난 김씨는 "예년 같으면 쓸만한 풋대추를 골라 소규모로 판매하기도 했으나, 올해는 비닐하우스 안이라도 이제 막 영그는 단계여서 출하 자체가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욕심을 내 팔았다가 맛이 없으면 보은대추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어 간헐적으로 들어오는 주문까지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추 산지 르포] "차롓상 올릴 풋대추도 없어"…사라진 추석 대목
산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통가에서도 햇대추는 '귀하신 몸'이다.

농협 충북유통의 청주 매장은 이날까지도 햇대추 판매를 개시하지 못했다.

충북유통 관계자는 "관내인 보은대추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생육이 좀 더 빠른 경산 등지의 햇대추를 들여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공급이 워낙 달리는 상황이어서 시세는 평년보다 높게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2019년 추석 성수기 주요 농축산물의 출하 및 가격 전망' 보고서에서 지름 23㎜ 이상 생대추 도매가격을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은 10㎏당 4만∼4만5천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보은대추는 다음 달 중순부터 본격적인 수확에 들어간다.

올해 이 지역 대추작황은 평년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7월 중순 이후 고온다습한 날씨와 일조량 부족으로 낙과 피해가 생겼기 때문이다.

반면 전국의 대추 생산량은 평년보다 3.3% 많은 1만2천여t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대추 산지 르포] "차롓상 올릴 풋대추도 없어"…사라진 추석 대목
최근 이어진 가을장마와 북상 중인 태풍 등은 올해 대추 농사의 성패를 판가름할 변수다.

살이 오른 대추는 강풍이 불면 낙과하기 쉽고, 비에 오래 노출될 경우 껍질이 갈라지는 '열과' 피해가 나타나 상품성을 잃게 된다.

보은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대추 농가에는 추석보다 더 큰 대목인 대추 축제가 한 달여 뒤 열린다.

그때까지 날씨가 도와줘야 하는데 최근 태풍에 비 예보가 계속돼 농가들의 걱정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대추 생산량이 얼마나 될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려우나 대추가 적게 달린 대신 알을 굵다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은군은 대추 판매를 돕기 위해 10월 11∼20일 보은읍 뱃들공원과 속리산 일원에서 2019 대추축제를 연다.

이 축제는 지난해 대추를 비롯한 농산물 86억5천600여만원어치를 판매하면서 충북을 대표하는 농산물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보은에는 1천400여 농가가 735㏊에서 국내 유통량의 10%에 해당하는 2천200t의 대추를 생산한다.

이 중 3분의 2가량이 생대추 상태로 유통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