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제성장률이 2%를 밑돌 가능성이 커졌다. 2분기 성장률이 속보치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된 데다 앞으로 성장전망도 어둡다. 한국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이 눈에 띄게 약화되고 있는 데다 민간소비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저성장·저물가’ 구조가 고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 불황에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산업 부실을 걷어내는 등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진단했다.
8월 소비자물가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서울 압구정동 일대 빌딩에 ‘임대 문의’를 안내하는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8월 소비자물가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서울 압구정동 일대 빌딩에 ‘임대 문의’를 안내하는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부진한 수출, 성장률 갉아먹어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19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459조8134억원으로 1분기(455조810억원)보다 1.0%(4조7324억원) 늘었다. 작년 2분기 대비 성장률은 2.0%를 기록했다. 지난 7월 발표된 속보치와 비교하면 전분기 대비, 작년 동기 대비 0.1%포인트씩 깎였다. 성장률 잠정치가 속보치를 밑돈 것은 정부소비와 수출이 하향 조정된 결과다. 정부소비와 수출은 2.2%, 2.0%로 0.3%포인트씩 낮아졌다.

설비투자는 0.8%포인트 상향 조정된 3.2%로 나타났다. 전분기 대비 늘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7.0%를 기록하는 등 부진한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건설투자는 1.4%, 민간소비는 0.7% 증가로 변화가 없었다. 민간소비는 전분기(0.1%)에 이어 0%대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우리 경제의 근간이 되는 제조업은 1.1% 성장했다. 속보치(1.8%)에 비해 0.7%포인트 하향된 수치다. 건설업은 1.6%, 서비스업은 0.8% 성장했다.

2분기 성장률 1.0% 턱걸이…"이대로면 저성장·저물가 일본式 불황"
경제성장률이 1%대를 간신히 유지한 것은 정부가 재정 씀씀이를 늘린 덕분이다. 전분기 마이너스 성장(-0.4%)에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다. 성장률 기여도는 정부가 1.2%포인트에 달한 반면 민간은 -0.2%포인트로 성장세를 갉아 먹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2.2%는 물론 2.0%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올해 성장률 2.2%를 달성하려면 올해 3, 4분기에 0.8~0.9%씩(전분기 대비) 성장해야 한다. 2%가 되려면 하반기에 분기마다 0.6~0.7%를 기록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수출·투자·소비 지표가 빠르게 나빠지고 있는 게 문제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6% 감소하는 등 지난해 12월 이후 9개월 연속 뒷걸음질 쳤다. 민간소비 흐름을 볼 수 있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달 92.5로 2017년 1월(92.4)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골드만삭스(성장률 전망치 1.9%), 모건스탠리(1.8%), 씨티그룹(1.8%) 등 해외 투자은행(IB)들도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약화됐다며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 이하로 하향 조정했다.

저성장·저물가 고착화 우려

전문가들은 한국이 저성장·저물가 구조에 직면했다고 보고 있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 단기 충격에 대한 복원력은 커졌지만 성장 동력이 식어가는 장기 침체에 진입했다는 얘기다. 이를 반영하듯 잠재성장률 추정치가 꾸준히 내려가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자본과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해 이룰 수 있는 성장률을 뜻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7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19∼2020년 잠재성장률이 2.5∼2.6% 수준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한은이 2017년 당시 제시한 2019∼2020년 잠재성장률(2.6~2.7%)에 비해 0.1%포인트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저성장·저물가 구조가 고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발빠른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당장 고통을 수반하더라도 장기적으로 경제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구조적 변화가 시급하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산업 구조부터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