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들이 이달부터 일제히 채용을 시작한다. 지난달 27~28일 이틀간 서울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에서 60개 금융기업이 참여한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가 열렸다. 구직자들이 현장면접을 보기 위해 은행부스 앞에 길게 줄지어 앉아 대기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금융회사들이 이달부터 일제히 채용을 시작한다. 지난달 27~28일 이틀간 서울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에서 60개 금융기업이 참여한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가 열렸다. 구직자들이 현장면접을 보기 위해 은행부스 앞에 길게 줄지어 앉아 대기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 신한은행 현장면접을 막 끝낸 취업준비생 김모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현장면접을 위해 경기 안성에서 올라왔다는 김씨는 “면접위원 앞에 앉으니 머릿속이 하얘지고 심장마저 콩닥콩닥 뛰어 준비한 것을 제대로 답할 수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이날 신한은행의 면접위원 4명은 온종일 200명의 면접을 보기 위해 타이머를 5분씩 맞춰 놓고 면접을 진행했다. 김씨처럼 은행 현장면접을 본 인원은 2400명. 거리가 먼 지역 인재를 위해 화상면접도 했다. 은행들은 면접자의 30%를 우수 면접자로 선정해 서류전형을 면제해줄 방침이다. 이틀간 열린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는 은행, 증권, 카드, 보험 등 금융 관련 업종에서 60개 기업이 참여했다.

○신한·KEB하나은행 수시채용

금융권 채용의 막이 올랐다. 하지만 채용 규모와 시기를 확정하지 못한 기업이 많다. 실제 행사장에 부스를 차린 기업의 절반 이상은 “채용 일정이 어떻게 되느냐”는 구직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올 상반기 8조7000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국내 은행들은 2000명 수준의 신입 행원을 뽑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시 침체를 겪고 있는 증권사와 카드사도 채용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권 전체적으로 채용 규모가 줄겠지만, 핀테크(금융기술)와 디지털 인력 채용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가운데 은행들은 2300명 안팎의 신입행원을 채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원서 접수를 시작한 기업은행은 상반기에 이어 220명을 채용한다. 국민은행 550명, 신한은행 370명, 우리은행 450명, KEB하나은행 400명이 채용 규모를 확정지었다. 농협은행도 지난해 수준에서 채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의 채용 트렌드는 ‘디지털’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공채에서 전체 채용 인력의 30%를 디지털 인력으로 뽑았다. 신한은행은 올해부터 디지털 인력을 수시채용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상반기에 두세 차례 디지털 인력을 뽑았다”며 “지원자들이 일반 공채보다 많았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하반기부터 일반직 채용에서도 디지털 역량을 평가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디지털 인력을 정보기술(IT)과 디지털로 세분화해 뽑는다. 우리은행은 이공계생이면서 석사 이상 학위가 있다면 우대해주기로 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달부터 디지털 인력을 수시 채용 중이다.

광주은행이 2일부터 원서를 받으면서 지방은행들의 채용도 시작됐다. 대구은행 60명, 광주·전북은행이 각각 50명을 뽑는다. 대구은행은 올해 처음으로 인공지능(AI) 면접을 도입하고 1박2일 합숙면접도 부활시키기로 했다. 광주은행은 지역인재를 80%까지 뽑을 계획이다. BNK금융지주의 부산은행, 경남은행은 최종 채용 규모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한투증권 9일부터 CEO설명회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의 교보증권 상담부스 앞 X배너에는 ‘이공계 전공자 우대’라는 글씨가 크게 보였다. 10월 중 채용하는 교보증권은 빅데이터, AI, 컴퓨터 관련 자격증 보유자를 우대하기로 했다. 교보증권은 올 1월 채용에서도 IT직군만 뽑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도 최고경영자(CEO)와 함께하는 채용설명회를 연다. 9일 연세대를 시작으로 10일 서울대, 17일 고려대, 19일 한양대에서 열리는 설명회에는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이 참여한다. 한투증권은 17·19일에는 지점영업 지원자를 대상으로 현장 인터뷰도 한다. 우수 면접자에겐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줄 방침이다.

카카오페이 등에 위협받고 있는 카드사들도 IT디지털 인재 채용에 집중한다. 삼성카드는 데이터분석, IT직군을 디지털 인력으로 뽑는다. 신한카드는 디지털·빅데이터 플랫폼, 신사업 신기술 비즈니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인재를 중용할 방침이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30명 신입사원 가운데 30%를 IT 인재로 뽑았다. 올해에도 이런 추세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험업계에서는 한화생명이 50명 안팎의 채용을 확정했으며, 삼성 교보 NH농협생명 등은 여전히 채용 인원이 미정이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전체 손보업계에서 260명의 채용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생명은 1차 면접 때 필기시험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보증전문기업 SGI서울보증보험은 올해 75명의 신입직원을 뽑는다. 특히 베트남 지사에서 근무할 해외 전문인력도 채용한다. 객관성과 공정성을 위해 모든 채용 과정을 블라인드로 진행한다. 10월 19일에 치르는 필기시험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엔 오전에 시행한다. 강민두 서울보증 인사팀장은 “지난해는 금융 공공기관 ‘A매치데이’ 시간대를 피해 오후에 시험을 치렀는데, 중복 합격자들이 입사하지 않았다”며 “올해엔 진짜 입사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시험을 봤으면 해서 오전에 시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