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권(IP)과 브랜드 가치 등 기업의 무형자산을 재무제표에 반영하자는 회계학계 제안이 나왔다. 기업 회계 처리 기준 제정 등을 맡고 있는 한국회계기준원(KASB)이 최근 주최한 ‘KASB 개원 2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다. 국제회계기준(IFRS) 등 현행 회계기준이 토지와 기계장치 등 유형자산 중심이어서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계학계 제안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신기술과 신산업이 지배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할 만하다. 회계가 산업과 기업 변화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기업 회계 대원칙’에도 부합한다. 증권시장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사업모델, 신약 후보물질, 가입자 수, 네트워크, 라이선스 계약 등 재무제표가 담지 못하는 무형자산에 의해 기업 가치가 크게 좌우되고 있다. “(토지와 설비 위주의) 재무제표는 2019년 기업을 1900년대 틀로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무형자산의 재무제표 반영은 증권시장 투명성을 높이는 데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KASB 세미나에서 나온 제안처럼 특허권 등을 ‘핵심 무형자산’으로 분류해 재무제표의 공시란과 본문에 포함시킨다면 기관투자가와 일반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 시장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 시행 초기에는 핵심 무형자산을 별도의 감사보고서(SCI) 형식으로 공시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

회계기준 수술이 시급하지만 당국의 감독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 회계 정책을 사후 징벌보다는 사전 계도와 예방 위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취지가 좋은 회계기준이라도 나중에 처벌받을 수 있다면 기업들은 활용을 꺼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