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선고 중 주목되는 대목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존재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이와 관련한 ‘묵시적 청탁’을 했다고 판단한 부분이다. 삼성이 최순실 모녀를 도운 것은 청탁 대가로 뇌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책 사업을 도와달라는 대통령 요청을 거절할 수 있는 기업이 몇이나 있겠는가. 정권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기업인에게 형사 책임을 씌운다면 대부분 기업인이 교도소 담장 위를 걸을 수밖에 없다.
현 정부에서도 기업들에 대북 사업을 지원하라는 요구가 있고 몇몇 기업인은 방북까지 했다. 기업들이 이런 요청을 거절할 수 없는 것은 이전 정권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른 잣대로 기업활동을 범죄로 몰아간다면 어느 기업이 국가 사업에 협력할 수 있겠는가.
그렇잖아도 반(反)기업 정서와 온갖 규제로 기업들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 그런 기업인을 정부 방침에 따랐다는 이유만으로 중벌한다면 누가 기업활동을 할 수 있겠는가. 삼성과 이 부회장 앞날은 다시 불확실성 속에 빠지게 됐다. 한국 수출액의 20%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의 혼란은 한국 경제 전체에 큰 부담이다. 삼성이 지난해와 올해 발표한 신성장 사업 180조원과 시스템 반도체 133조원 투자 계획 역시 안갯속에 빠지게 됐다. 삼성은 일본과의 경제전쟁에서도 최전선에 있는 기업이다. 지금 우리는 스스로의 눈을 찌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