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의결문 경기 판단 1달전보다 악화…"수출·투자 부진속 소비 증가세 약화"수출과 투자 부진이 지속하는 가운데 소비마저 어려워지는 등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한국은행이 30일 판단했다.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30일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한 뒤 낸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국내경제는 건설투자 조정과 수출 및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된 가운데 소비 증가세가 약화하면서 성장세 둔화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앞서 금통위는 7월 18일 의결문에서 "소비가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갔다"고 판단한 바 있다.세계경제 여건과 관련해서는 "교역이 위축되면서 성장세가 둔화했다"고 평가했다.향후 국내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등으로 성장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금통위는 진단했다.소비자물가 전망에 대해선 "7월 전망경로(올해 0.7%)에 비해 하방 위험이 높아져 당분간 0%대 초반에서 등락하다가 내년 이후 1%대 초중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금통위는 향후 통화정책 운용 방향에 대해 "향후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 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주의 깊게 살펴볼 경제환경 여건으로는 ▲ 미중 무역분쟁 ▲ 주요국의 경기와 통화정책 변화 ▲ 가계부채 증가세 ▲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꼽았다.지난 7월 18일 통화정책방향 의결 때 지적한 사안과 비교해서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빠졌다.다음은 8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 전문.『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 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1.50%)에서 유지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하였다.세계경제는 교역이 위축되면서 성장세가 둔화되었다.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중 무역분쟁 및 이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주요국 국채금리와 주가가 큰 폭 하락하는 등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었다.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보호무역주의 확산 정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국내경제는 건설투자 조정과 수출 및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된 가운데 소비 증가세가 약화되면서 성장세 둔화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판단된다.고용 상황은 취업자수 증가폭이 확대되는 등 일부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앞으로 국내경제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등으로 성장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소비자물가는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가격 하락 등으로 오름세가 0%대 중반으로 낮아졌다.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0%대 후반을,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 수준을 나타내었다.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 전망경로에 비해 하방위험이 높아져 당분간 0%대 초반에서 등락하다가 내년 이후 1%대 초중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근원인플레이션율도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금융시장에서는 미·중 무역분쟁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따른 국내외 경기둔화 우려로 가격변수의 높은 변동성이 지속되었다.장기시장금리와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도 큰 폭 상승하였다.가계대출은 증가세 둔화가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주택가격은 하락세를 지속하였으나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오름세를 나타내었다.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국내경제의 성장세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이 과정에서 향후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다.아울러 미·중 무역분쟁, 주요국의 경기와 통화정책 변화, 가계부채 증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도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이다.』/연합뉴스
한국은행이 30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50%로 동결했다.지난달 18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한 만큼 연속으로 금리를 내리기보다 금리인하 효과를 당분간 지켜보자는 의견이 우세했다는 평가다. 한은 관계자는 "두 차례 연속 금리를 내리기는 부담이 컸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 10월∼2009년 2월 이후 연속 금리인하는 없었다.지난달 금리인하는 시장의 예상(8월 인하)보다 한발 앞선 조치로 여겨졌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린 만큼, 일단 현 수준을 유지한다는 판단이다. 한은은 최근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이고, 하반기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폭이 확대되는 점을 고려해 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최근 서울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반등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시장에서도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4∼20일 96개 기관의 채권 관련 종사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에서 동결 예상 응답이 78%였다.다만 10월 16일로 예정된 다음 회의에선 한은이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경제성장률 하락과 낮은 물가상승률은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직접적 요인이다.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낮췄다. 물가상승률은 7개월째 0%대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관세 보복전'으로 비화하면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도 확산된다. 저성장·저물가가 심해져 '디플레이션' 진입 우려가 커지면 한은은 더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요구받을 것으로 보인다.이같은 요인들을 감안할 때 한은이 10월 추가 인하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이미 금리가 낮은 수준이라 추가 인하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인하시 1.25%로 최저치 복귀…과거엔 美 '제로금리' 근접미중 갈등에 세계경기 둔화전망 커져…시장선 10월 인하기대3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한 것은 지난달 금리인하를 단행한 점을 고려해 경기흐름을 좀 더 지켜보고 향후 행보를 정하려는 취지인 것으로 해석된다.다만 미중 무역갈등, 일본의 수출규제 등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경기 둔화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아지면서 이르면 10월 중 추가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7월 금리인하의 효과를 우선 확인해야 하고,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이 성장세 둔화를 완충할 수 있는지를 보려 할 것"이라며 "3분기에도 성장세가 가시적으로 둔화하는지를 확인한 후에 인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구혜영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가 앞서가고 있는데 7월에 이어 이달 또 금리를 내리면 시장의 인하 기대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며 "한은으로선 그런 결과를 부담스러워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이주열 총재가 7월 금통위 후 회견에서 '기준금리의 실효 하한이 선진국보다 높을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금리인하 총알'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의미기도 하다"고 덧붙였다.한은은 2016년 6월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연 1.25%로 낮춘 바 있다.그러나 당시 미국의 정책금리는 연 0.25∼0.50%였다.현재는 연 2.00~2.25%다.금리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다시 자극하고 가계부채 증가를 부채질할 가능성도 한은이 경계하는 지점이다.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03% 오르며 9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예고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이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7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 위원은 "주택 및 부동산 관련 대출은 상반기 중 증가세가 둔화했으나 향후 더욱 완화적인 금융 상황을 배경으로 금융 불균형 누적 정도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다만 작년 4분기 이후 수출 및 투자 부진이 지속하는 가운데 경기가 반등하기보다는 향후 더욱 악화해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특히 5월 이후 미중 무역분쟁이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이런 우려를 키웠다.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낸 세계 경제 전망에서 "글로벌 경제의 하강 위험이 강화됐다"며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2%로 낮췄다.석 달 만에 0.1%포인트를 추가로 낮춘 것이다.IMF는 특히 최근 낸 중국 경제 연례 보고서에서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 인상을 단행하면 중국 성장률이 향후 1년간 0.8%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경기침체의 징후로 여겨지는 미국 국채 2년물과 10년물 금리의 역전 현상도 이달 발생한 이후 해소되지 않고 있다.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과 달리 금리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하지만, 시장은 연준이 7월에 이어 9월 추가로 금리인하에 나설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에 반영된 9월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은 95.8%다.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이 7월 전망 때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2.5%도 낙관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10∼11월께 금리인하 후 내년 상반기 추가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