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 DB업체가 학술논문 유통 독점…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해야"
37개 학회·연구자 단체, 논문 유통구조·학계 문화 심포지엄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 "논문 질보다 양 중시하는 평가 바꿔야"
민간 상용 데이터베이스(DB) 업체가 유통을 독점한 학술논문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논문의 질보다 양을 중시하는 연구성과 평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연구자들이 제안했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 등 37개 학회·연구자 단체는 29일 선언문을 내고 "지식 생산·활용의 공공적 가치 증진을 위해서는 '오픈 액세스' 등 지식 공유 정신에 입각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국연구재단의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등 공공기관의 전자논문 서비스를 지식 생산자인 연구자들이 주체가 돼 운영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며 "정부와 학술진흥 공공기관은 학회·연구자들의 '오픈 액세스' 학술지 출판을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인문·사회과학 학회가 학술정보 업체와 맺고 있는 계약관계도 재고돼야 한다"고 했다.

논문의 질보다 양을 중시하는 잘못된 학계 문화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들 단체는 "한국연구재단의 학회·학술지 평가제도 개혁이 필요하며, 대학도 논문 편수로 연구자와 교육자를 평가하는 잘못된 제도를 버려야 한다"며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도 '논문 양산 체제'에 굴종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술 활동을 빌미로 한 대학원생의 그림자 노동과 비정규직 교수 차별은 사라져야 하며, 학벌·학연에 의한 학회 운영과 학교 이기주의도 폐기처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 다산경제관에서 심포지엄을 열고 학회 제도와 학술정보 유통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논의하는 발표·토론회를 열었다.

박서현 제주대 교수는 "현재 디비피아(DBpia) 등 상용 DB 업체들은 전자화된 논문 유통을 넘어 '이 논문을 인용한 논문', '함께 이용한 논문' 등 자체적인 DB를 축적해 개발·소유함으로써 상업적 플랫폼에 대한 지식 생산자들의 의존을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대안으로 "지식 생산자들과 학술단체 연합이 주체가 되어 '오픈 액세스'에 기반한 지식 공유 플랫폼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류준경 성신여대 교수와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논문 1저자' 논란을 언급하며 경쟁적인 논문 양산 체제의 폐해를 지적했다.

이들은 "고교생 인턴의 제1저자 지정은 연구 윤리 위반 또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라 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라며 "해당 논란에서 대학 정규직 교수 집단은 각종 연구윤리 위반과 학술 부정행위의 주체이자, 특권층·전문직 등 상위 계급 네트워크의 주체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학 간 글로벌 서열 경쟁과 대학평가 제도, 논문 편수를 기준으로 한 교수 평가 등이 경쟁적인 '논문 양산' 체제를 만들었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