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에 경구피임약을 사용하면 나중 성인이 됐을 때 우울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의 크리스틴 안더를 심리학 교수 연구팀은 사춘기의 경구피임약 복용이 성인기 우울증 위험 증가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영국의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이 28일 보도했다.

10대 때 경구피임약을 사용한 여성 1천236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사춘기에 경구피임약을 복용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나중 성인이 됐을 때 우울증 발병률이 1.7~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중 경구피임약을 끊었어도 우울증 위험은 여전히 높았다.

초경 연령, 첫 성 경험 연령, 현재 경구피임약 사용 등 다른 변수들을 고려했지만, 이 결과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는 사춘기의 경구피임약 사용이 우울증 위험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해석했다.

그 이유는 경구피임약이 여성호르몬 분비에 변화를 일으켜 감정 처리와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뇌 부위들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경구피임약에는 대개 배란을 막는 호르몬 에스트로겐과 수정란의 자궁 착상을 억제하는 호르몬 프로게스테론이 들어있다.

사춘기는 뇌가 발달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이 때 성호르몬 분비가 경구피임약에 의해 조작되면 나중 뇌 기능에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특히 우울증 위험은 여성이 남성보다 2배 높다.

임신, 출산 후, 폐경 때 호르몬 변화가 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국 정신건강재단의 2014년 통계에 따르면 16세 이상 연령층의 19.7%가 우울증을 겪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연구팀은 앞으로 13~15세 소녀들을 대상으로 3년에 걸쳐 호르몬 분비의 변화를 추적하면서 이것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계획이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아동·사춘기 정신건강학회(Association for Child and Adolescent Mental Health) 학술지 '아동 심리학·정신의학 저널'(Journal of Child Psychology and Psychiatry) 최신호(8월 28일 자)에 발표됐다.

"사춘기 경구피임약, 나중 우울증 위험 최고 3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