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김해박물관·함안군 '삼국시대 마주·마갑' 심포지엄
"말갑옷 두른 중장기병 도입은 가야의 생존 자구책"
가야 문화권에서는 많은 마주(馬胄·말투구)와 마갑(馬甲·말갑옷)이 출토됐다.

부산 복천동 고분군에서는 4세기 마구(馬具)가 나왔고, 함안 마갑총에서는 온전한 형태의 5세기 마갑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해와 경산 등지에서도 가야 마구가 확인됐다.

마주와 마갑은 개마무사(鎧馬武士), 즉 중장기병이 사용하는 장비였다.

중장기병 문화는 동아시아에서 4∼6세기에 유행했다.

부장품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가야는 중장기병 문화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는데, 중장기병에 소극적이었던 신라와 차별화한 이러한 정책이 생존 자구책이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신광철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국립김해박물관과 함안군이 30일 개최하는 '삼국시대 마주·마갑 연구 성과와 과제' 학술 심포지엄에서 중장기병에 대한 가야와 신라의 대응 전략을 분석해 발표한다.

28일 배포된 발제문에 따르면 신 연구사는 "가야 각국은 고구려 남정으로 직접적 피해를 본 당사자로서 재기를 위해 중장기병 문화 수용에 적극적이었다"며 "중앙 집권화를 추진한 신라는 투자 대비 효과가 낮은 전략 물자에 자원을 쏟는 것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중장기병 문화 도입에 소극적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이어 "가야는 어느 정도 국력을 회복한 뒤 각지에서 마갑을 생산하고, 고총고분 시대에 돌입하면서 경쟁적으로 마갑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장기병을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한 '비대칭전력'으로 봤다.

신 연구사는 다만 "가야가 육성한 중장기병이 실제 전장에서 운용됐는지는 알 수 없다"며 "만일 가야 각국이 수십∼수백 기의 중장기병을 꾸렸다면, 이들은 수장층 혹은 지휘관을 호위하거나 소규모 군사작전을 수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현주 부산박물관 학예연구관은 토론문에서 중장기병의 비효율성을 언급하면서 마갑과 마주가 군사적 엘리트에게 주는 일종의 위세품 성격이 강했을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국립김해박물관 세미나실에서 열리는 심포지엄에서는 이외에도 삼국시대 마갑 구조와 계보, 가야·신라 권역 출토 마주의 구조 분석과 의미, 일본 후나바루(船原) 고분 마주에 대한 발표가 이뤄진다.

또 마갑총 복원안에 대한 토론도 진행된다.

한편 12월 3일 개막하는 특별전 '가야본성'을 준비 중인 국립중앙박물관도 29일 '가야가 만든 고대 동아시아 네트워크'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국내외 학자들이 네트워크라는 키워드를 통해 문명사를 고찰한 연구 성과를 공개한다.

홍보식 공주대 교수는 가야와 삼국의 유통 네트워크, 김대환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네트워크와 위계제 사이에서 가야 엘리트의 선택, 이노우에 지카라(井上主稅) 일본 간사이대 교수는 4·5세기 야마토 왕권과 가야 대외교류를 각각 발표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