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국인의 대만 개인여행을 금지한 데 이어 단체관광에도 제한을 걸고 나섰다. 대만 독립론자인 차이잉원 총통의 재선을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7일 대만 여행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중국 관광당국이 중국 주요 지역 8곳 이상에 대만 단체관광객 수를 제한하는 공지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제한 적용 지역은 베이징과 상하이를 비롯해 광둥성, 저장성, 장시성, 푸젠성, 쓰촨성, 닝샤후이족자치구 등이다.

중국 당국은 연말까지 대만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을 총 30만 명 이하로 제한할 방침이다. 로버트 카오 대만여행사협회 정책부문장은 “개인관광 금지에 이은 단체관광 제한으로 연내 대만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지난해보다 100만 명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지난 1일부터 중국 주요 47개 도시에서 개인여행객에게 대만 방문 비자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

대만 여행업계는 중국의 이번 조치로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야오타쾅 전 대만여행사협회 회장은 SCMP에 “중국인 관광객 제한 조치로 대만 관광수입이 11억달러(약 1조3350억원)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중국인 관광객은 동남아시아 등 다른 지역 여행객보다 돈을 더 많이 쓰고 간다”며 “다른 지역 여행객이 (중국인 관광객의) 빈자리를 채우더라도 대만 여행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CMP는 중국 당국이 이번 조치로 대만 경제에 타격을 가해 차이 총통의 재집권을 막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2016년 취임한 차이 총통은 친중 성향이 강했던 마잉주 전 총통과 달리 ‘탈(脫)중국화’를 내세우고 있다. 경제와 사회 부문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차이 총통이 이끄는 민주진보당은 지난해 말 총선에선 참패했지만 최근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송환법) 반대 시위 등에 힘입어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 대만 총통 선거는 내년 1월 치러진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