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살내마을 주민들…잡초 뽑고 논물 관리

"바쁘지만, 우리 이웃이니까 추수할 때까지는 도와줘야죠"
전남 보성군 미력면 살내마을 주민들이 몸이 아픈 이웃의 농사를 대신해 줘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우리 이웃이니까"…아픈 이웃 위해 대신 농사, '훈훈'
28일 보성군에 따르면 살내마을에 사는 박모(68)씨는 최근 뇌경색으로 쓰러져 광주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이웃 주민들은 홀로 사는 박씨가 마을을 떠나자 투병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그가 짓던 2만㎡의 논을 관리해주기로 했다.

문기정 이장을 중심으로 60대 층의 '젊은' 주민 15명이 팔을 걷어붙였다.

주민들은 교대로 박씨의 논물을 관리하거나 농약을 살포하고 잡초를 뽑는 등 추수를 앞두고 정성스럽게 관리하고 있다.

박씨는 마을에서 총무 일을 하며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등 주민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 최고령자인 문복주(89)씨도 예초기로 잡초 베기에 동참했다.

문씨는 "정을 함께 나누는 미풍양속을 지켜나가는 주민 모두에게 고맙게 생각한다"며 "수확을 할 때까지 박씨가 완쾌하지 못하면 일손을 나눠 끝까지 도울 생각이다"고 말했다.

문 이장은 "박씨는 누가 일을 부탁하면 싫은 내색 없이 잘 도와주고 동네일도 도맡아 했다"며 "주민들이 박씨가 회복돼 돌아올 때까지 일을 돕자고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웃을 위해 선뜻 농사에 나섰지만, 추수철이 다가오면서 걱정도 크다.

57세대에 111명이 거주하는 이 마을은 주민 대부분이 70∼80대의 고령이어서 일손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문 이장은 "비교적 젊은 층이 나서서 도와주고는 있지만, 다들 자기 논도 관리해야 해서 일손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며 "수확할 때까지 완치돼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