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의 전자부품 인쇄·제조기업인 보명전자(대표 김보미)는 2016년 4월 인쇄설비 구입에 10억원을, 공장 증축비로 15억원을 투자했다. 오텍캐리어와 동부대우전자(현 위니아대우) 등이 기술력을 믿고 납품을 맡겼기 때문이다. 전년 매출 97억원의 25.8%에 이를 정도로 큰 금액이었다. 투자는 매출 성장으로 돌아왔다. 2016년 112억원의 매출을 올려 2008년 창업한 뒤 8년 만에 1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김보미 보명전자 대표가 광주광역시 본사 공장에서 인레이 제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임동률  기자
김보미 보명전자 대표가 광주광역시 본사 공장에서 인레이 제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임동률 기자
보명전자는 원단 구매부터 제판, 스크린인쇄, 컴퓨터수치제어(CNC) 가공, 사출, 포장까지 인쇄공정 원스톱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26일 발표했다. 주력 제품은 가전 내외장 디스플레이 덮개다. 시트 형태의 필름에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색과 문자를 입힌 뒤 열과 압력 등을 이용해 가전제품 내외관에 붙이는 인레이(inlay)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등의 디스플레이가 인레이다. 회사 관계자는 “플라스틱 부품 사출 때부터 필름 부착면에 접착제 역할을 할 요철을 만든 뒤 이를 초음파로 녹여 필름과 부품을 붙인다”며 “들뜸이 전혀 없는 국내 유일의 접합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인몰드(inmold) 사출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금형에 ABS수지와 필름을 함께 넣은 뒤 동시에 성형과 인쇄를 할 수 있다. 올여름 출시된 삼성전자 무풍에어컨의 나무무늬를 적용한 하단 외장 부품이 인몰드 사출로 만들어졌다. 고급형 가전제품에서 볼 수 있는 반투명 인레이는 이 회사의 핵심 기술이다. 평소에는 거울처럼 보이는 냉장고 디스플레이에 LED등이 작동되면 숫자나 문자가 나타나는 인레이는 이 회사가 개발한 ‘하프미러 잉크’로 제작된다. 전 세계에 수출되는 삼성전자의 고급형 냉장고 디스플레이는 대부분 보명전자의 인레이를 적용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인쇄 기술력을 인정받은 이 회사는 시장을 확대해 가고 있다.

가전 표면에 무늬 입히는 '인레이' 전문기업…보명전자 '인쇄 기술력' 삼성도 인정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가전부품 제조에도 도전하고 있다. 인레이 납품 뒤 안쪽에 회로판을 부착하는 과정에서 흠집 등으로 인레이의 불량률이 높아지자 직접 회로판을 구입해 조립에 나섰다.

지난해 114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 회사는 올해 12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김보미 대표는 “매년 매출의 10%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며 “인레이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4차 산업 분야에도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